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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사람이 살기 좋은 땅엔 씨족사회가 형성돼 왔다. 조야동도 예외는 아니어서 현재 김해(金海)김씨(金氏) 삼현공파(三賢公派) 조야문중(助也門中)이 집성촌을 이루고 있다. 종점 옆 쉼터에 공덕비가 눈에 띈다. ‘샘이 없었더면 내와 강물이 흐르지 못할 것이요. 뿌리가 아니드면 가지와 잎이 되지 못할 것이어늘 하물며 사람으로서 피의 근원을 가졌슴이 어찌 다만 강물의 샘과 나무의 뿌리에만 비길 것이랴.’ 1965년 보릿고개 시절 금호강변에 물이 넘치자 강 건너 농토에서 농사를 짓지 못해 애태운 마을 사람들을 위해 사재를 털어 잠수교를 개통, 생업의 길을 연 김해김씨 22대손 김병엽(金炳燁)의 공을 기린 비석에 새겨진 글귀다. 지금은 잠수교 대신 조야교가 마을을 잇는 통로가 되고 있다. ‘조야안길’ 푯말을 따라 얼마 걷지 않아 바로 함지산 자락이 드러난다. 비탈을 개간한 비닐하우스 서너 동엔 올 겨울 식탁에 오를 시금치 싹이 녹색 융단인양 싹을 틔우고 있다. 비탈길로 난 등산로를 따라 함지산을 오르면 건너편이 칠곡 구암동이다. 두 곳의 사람들은 이 등산로를 통해 오갈 수 있다. 비닐하우스는 마을 앞 금호강변 둔치에도 있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마을의 초입 조야교에 이르면 하천 악취가 심하다는 것. 함지박을 엎어 놓은 형상의 함지산 골짜기엔 조야동 외 노곡동과 서변동(무태)이 자리하고 있다. 내친 김에 서변동까지 가보기로 했다. 서변동은 조야동을 빠져나와 이현공단에서 경북도청 방향으로 가다가 다시 왼편으로 길을 틀어 무태교를 건너야 한다. 아파트 단지와 주택이 꽉 들어찬 서변동은 좁은 골목길이 거미줄처럼 형성돼 큰길가에서 뻔히 보이는 환성정(喚惺亭)을 찾아 들어가는데도 몇 번을 멈춰 길을 물어야 했다. 서변동은 천안 등지에서 살다가 1,500년쯤 대구권으로 진입해 파동을 거쳐 이 곳에 입향한 인천(仁川)이씨(李氏) 집성촌이다. 환성정과 주변 정각들은 바로 이들의 수 백년 세거지임을 알리는 징표들인 셈이다. 종친회 관계자는 임진왜란 때 창의했던 태암(苔巖) 이주(李 ) 이후 가문이 번성했다고 알려줬다. 보수공사가 한창인 향의문(向義門)안에 들자 대암의 정자인 환성정이 단아한 모습으로 반긴다. 향의문 정면으론 서계서원(西溪書院)이 있고 그 오른쪽엔 가지만 앙상한 커다란 백일홍 나무가 홀로 옛 사람의 절의를 대변하고 있다. 백일홍의 꽃말 중 하나는 ‘떠나간 님을 그리다’이다. 서계서원은 인천이씨 문중에서 선대를 기려 세운 서원. 1781년 세웠다가 대원군의 서원 훼철령으로 뜯긴 것을 최근에 복원했다. 그 때문인지 환성정 앞엔 서계사원 사적비가 서 있고 그 앞으로 ‘효열각’, ‘창렬각’, ‘정려각’이 세워져 철종`순조`정조 때의 이씨네 효부와 열부들을 기리고 있다. 효열각 주인공 월성최씨는 병상 시모를 위해 자신의 젖을 짜 먹이고 손가락을 깨물어 낸 피로 약을 들게 했으며 남편이 죽은 뒤엔 직접 시신을 염습한 사흘 후 영전 앞에서 순절했고, 청렬각 주인공 밀양 박씨는 후사가 없이 남편이 죽자 오촌 조카를 후사로 내세운 후 3년 상을 치른 뒤 남편이 죽은 한 날에 절명했다. 정려각 주인공 영양남씨는 남편을 묻을 묘혈에 또 하나의 묘혈을 파게 하고 그 자리에서 자진을 했다. 이런 일이 요즘 세상에서는 가당하기나 한 일일까 만은 삼강과 오륜이 삶의 지표였던 시대에는 있을 수도 있는 일로 친다면 오롯한 부부의 정에 마냥 숙연해지기도 한다. 환성정을 나와 찾은 곳은 서변동 입구에 자리한 능성(綾城)구씨(具氏) 세거지. 마치 보물찾기처럼 두 번을 헤맨 뒤에야 겨우 찾은 이곳은 신천대로에서 북대구IC를 지나 동서변동 가는 길 바로 왼쪽 초입 숲 속에 자리하고 있다. 원담사라는 절 옆으로 난 자드락길을 따라 오르면 탁 트인 산자락에 모습을 드러낸 구씨 세거지는 입향조인 계암(溪岩) 구회신(具懷愼)이 임진왜란으로 창의 후 전쟁이 끝나자 동서변동 일대에 정착, 가문을 이루고 살았던 곳. 세거지엔 선조들을 모시고 향사를 치르기 위해 지은 모선당(慕善堂)과 각종 사적비가 조락의 초겨울 숲 속에서 오후의 햇살을 좇고 있다. |
출처 : 늙은 빈수레
글쓴이 : 노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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