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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대구 종점투어 [매일신문]...9

최두호 2017. 11. 20. 17:36

[종점투어]  동구3번 종점 옻골마을
대구 동구3번 버스가 1시간마다 들르고 있는 옻골마을. 팔공산 자락이 부드럽게 감싸도는 옴팍한 마을을 배경으로 예부터 학자수 또는 출세수로 불리는 수령 350년의 회화나무 두그루가 무성한 가지와 이파리를 펼쳐 넓은 응달을 만들면서 주변 환경과 멋스런 운치를 연출하고 있는 곳이다.

옻골마을의 정식 명칭은 ‘둔산동 경주 최씨마을’. 조선 광해군 8년(1616년) 이곳에 터를 잡은 대암공 최동집 선생을 입향조로 현재 14대 종손인 최진돈(60)씨까지 400년 가까이를 친손으로만 오롯이 이어오고 있는 경주최씨 광정공파 집성촌이다. 종점에 있는 회화나무 2그루는 입향조의 이름을 따 최동집나무로도 불린다.

옻골마을을 종점에서 조금 떨어진 어귀에서 조망하면 뒷산(북쪽) 정상에 기이한 형상의 바위가 우뚝 솟아 있고 마을 양쪽(동과 서쪽)으로는 개울이 흘러가다 회화나무 있는 종점에서 다시 만나 밖으로 흘러가는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길지이다. 뒷산 바위는 마치 거북처럼 생겨 생구암(生龜巖)이라고 불리는데 풍수지리학상 거북은 물이 필요한 동물이라고 해서 마을 입구 서쪽엔 연못이 조성돼 있고 그 뒤로 서쪽 음의 기운을 막기 위해 연못 주위로 느티나무와 소나무가 병풍처럼 서 있다. 어귀의 보호수인 느티나무도 수령 350년이 넘었다.

이러한 옻골마을의 명성이 높은 이유는 비단 마을의 역사와 연륜뿐 아니라 14대를 면면히 이어온 선비정신의 산실인 백불종택(百弗宗宅)과 마을 돌담길 때문이다.

마을 안에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효자로 소문난 백불암 최흥원(대암공6대손)의 효행과 학행을 기린 정려각. 겹처마 맞배지붕의 정려각 안엔 정조임금이 내린 긴 관작명칭이 적힌 문관용 홍패가 모셔져 있다.

백불종택은 마을의 가장 안쪽에 위치하고 있다. 종택까지 가려면 돌담길을 따라 걸어야 한다. 옻골마을 돌담길은 지방문화재266호로 지정(2006년)될 만큼 정겨운 풍경을 선사한다. 돌과 흙을 쌓고 그 위에 암기와, 수키와를 얹고 막새로 마무리한 돌담길은 종택까지 곧장 이어지지 않고 굴곡져 있다. 행여 있을지 모르는 사악한 기운이 길을 따라 종택으로 흘러들지 않게 하기 위한 지손들의 배려다.

살가움이 한껏 묻어나는 돌담길을 따라 맞닥뜨린 종택 앞. 一 자형 사랑채와 ㄷ자형 안채가 전형적인 양반가옥 형태로 조선시대 주택으로선 대구에서 가장 오래됐다. 솟을 대문이 아닌 一자형 대문채가 종가의 검소함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대문채 옆엔 최응원 선생의 처음 호(號)를 딴 수구당(數咎堂)이 있다. 홑처마 팔작지붕의 수구당은 백불암이 제자를 가르쳤던 곳. 조심스레 대문채를 넘자 백불종택 사랑채다. 한쪽 지붕이 다른 쪽 보다 약간 높다는 게 특이하다. 높은 쪽은 종가의 최고어른이, 낮은 쪽은 두 번째 어른이 머물게 하기위해서다. 사랑채 기둥도 전면엔 둥근기둥(天) 뒤쪽엔 사각기둥(地), 가운데엔 팔각기둥(人)을 세워 천지인(天地人)사상을 건축으로 표현해 놓았다. 안채는 사랑채를 옆으로 돌아드는 대문으로 통한다.

보통 종가가 되려면 7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명망 있는 조상을 중심으로 그 조상을 모시는 사당과 종택이 현존하며 종손, 종부, 지손 및 문중이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백불종택은 모든 조건을 충족한다. 백불암 9대 종손인 최진돈씨와 최씨의 84세 노모인 13대 종부가 현존하고 있고 불천위인 대암공 최동집 선생과 백불암 최흥원 선생의 별묘와 가묘 등이 모셔진 보본당(報本堂)이 고스란히 제 모습을 지니고 있다.

보본당은 백불종택에서 제일 아름다운 건축물로도 유명하다. 마루턱에서 자세를 낮춰 보본당 장지문을 내다보면 마을 뒷산 생구암이 한 눈에 들어오는 건축미에 덧보태 깎지 않아 자연스런 굴곡미를 갖고 있는 대들보, 책과 제기를 보관하는 다락방 등이 고풍스러움을 더한다. 마을 동쪽 개울을 따라 내려오면 자손들의 강학장소와 피서지이기도 했던 동계정(東溪亭) 현판 글씨는 미수 허목이 쓴 전서체로 서체의 아름다움이 뛰어나다.

건물배치며 기둥하나에도 유교적 세계관이 녹아 있는 백불종택을 나와 인근의 대구 도동측백나무숲으로 향했다. 높이 5~7m정도 되는 측백나무가 향산의 깎아지른 절벽을 터전삼아 자라고 있는 이곳은 우리나라 천연기념물1호다. 원래 측백나무는 중국에서만 자란다고 알려졌으나 이곳에 1천여 그루가 자생하고 있어 식물분포학상 학술적 가치가 높은 곳이다.

측백나무숲을 지나 대구사과로 유명한 평광동으로 갈 수도 있다. 최근 도동과 평광동은 행정구역통합이 이뤄져 도평동으로 이름을 바꿨다.

평광동에서는 좁을 길을 따라 10여분 가면 갑자기 시야가 넓어지면서 구릉마다 사과나무가 빼곡하다. 한창 수확기를 맞고 있는 평광동 사과나무 재배지는 120여 ha. 이곳 사과는 결실기에 특히 밤낮의 기온차가 심해 당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평광동 안쪽 마을로 깊숙이 들면 단양 우씨 집성촌이 나온다. 이곳엔 수령 300년이 넘은 빨간 단풍나무와 노랑 은행나무가 눈이 시릴 정도로 제빛을 뽐낸다. 그 뒤로 조선말 절의의 선비인 우명식(禹命植)과 효행이 뛰어난 아들 우효중(禹孝重)을 기린 첨백당(瞻栢堂)이 자리하고 있다. 첨백당 근처 우채정씨네 마당엔 우씨의 선친이 심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수령 78년의 홍옥사과나무가 붉디 붉은 사과를 머리에 이고 막바지 늦가을 햇살을 한껏 받아들이고 있다.

 

출처 : 늙은 빈수레
글쓴이 : 노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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