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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기사가 승객의 무거운 짐을 받아 올리거나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부축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게 오히려 시골의 훈훈한 인정을 느끼게 한다. 겨울을 알리는 찬바람이 세차게 불던 날. 전 구간을 돌아 온 버스가 잠시 휴식을 취하는 종점엔 얼핏 봐도 어른 예닐곱이 두 팔을 벌려 감싸 안아야 됨직한 둥치에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굵어진 가지가 땅에 닿을 듯이 쳐져있는 수령 400년 된 은행나무가 수문장처럼 버티고 서 있고, 그 뒤쪽으로 도동서원(道東書院, 보물 제350호)이 있다. 한훤당(寒暄堂) 김굉필(金宏弼) 선생과 외증손 한강(寒岡) 정구(鄭逑)선생을 향사하는 사액서원인 도동서원은 경사진 지형을 이용해 문루와 강당, 사당 등 주요건물을 배치했는데 전체적인 구도와 배치형식은 서원건축의 백미로 알려져 있다. 서원의 정문인 수월루에 오르자 막 가을걷이를 끝낸 도동리 들녘이 한 손에 쥘 듯이 다가온다. 현풍이 고향인 문화유산해설사인 곽정섭(57)씨에 따르면 수월루 앞 낙동강 변에 있는 작은 바위섬을 눈여겨 본 뒤 도동 들녘 맞은 편 기다란 산 능선의 형상을 보면 풍수지리적으로 마치 뱀이 개구리(바위섬)를 잡아먹기 위해 달려드는 형상이다. 서원 중심건물인 중정당(中正堂)을 드는 출입문인 환주문은 겸허한 마음 들게끔 문루가 낮게 지어졌다고 한다. 환주문을 지나 고개를 들자 정면 다섯 칸, 측면 두 칸의 맞배지붕 건물인 중정당이 우뚝 서 있다. 특이하게도 중정당 기단은 성곽을 쌓듯 돌들이 서로 맞물리게 다듬어져 쌓였고 기단 갑석 하부엔 조각된 용머리 4개가 돌출돼 있다. 또한 강당 앞 기단 위에는 밤에 불을 밝혀주던 정료대가 탁자처럼 설치돼 여느 서원의 강당과는 다른 점을 보여주고 있다. 중정당은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모델이기도 하다. 좌우로는 기숙사였던 거인재와 거의재가 대칭을 이루고, 뒤로는 한훤당과 한강 선생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 있다. 도동서원을 나와 종점서 출발한 버스를 따라 이번엔 거꾸로 길을 더듬어 가면 낙동강 둑을 경계로 왼쪽은 구지면이고 오른쪽은 고령 개진면이다. 차가운 강 위로 하얀 겨울새가 수면을 박차고 비상하는 강 한 쪽, 그 옛날 달성 구지면 도동과 고령 개진면을 잇던 유명한 개포나루가 나타난다. 지금은 나루터 흔적 대신 허연 콘크리트 수문만 남아 있지만 고려 때 서해와 낙동강을 통해 옮겨온 팔만대장경을 이곳 나루터에서 일일이 머리에 이고 해인사로 옮겼다고 전한다. 도동1리에 도동서원이 있다면 도동2리엔 송담서원(松潭書院)이 있다. 송담서원은 도동서원 같은 사액서원은 아니지만 임진왜란 때 의병장으로 활약한 대암(大庵) 박성(朴惺) 선생을 향사하는 서원으로 대원군의 서원 철폐로 훼철됐다가 1990년 밀양 박씨 문중에서 복원한 서원이다. 옆엔 대암 선생의 신도비와 묘소가 있으며 서원에서 내려다보는 낙동강 줄기와 초겨울 들녘 풍경이 인상적이다. 송담서원에서 나와 차로 5분정도 가면 길에선 보이지 않지만 속칭 절골이라 불리는 마을 안쪽에 석문산성과 성 입구의 아들바위와 딸 바위가 전설을 품은 채 골짜기에 숨어있다. 곽씨의 안내를 받아 낙엽이 잔뜩 쌓인 절골마을 안 산골짜기를 10여분쯤 걷자 우거진 숲 사이로 커다란 아들바위가 나타났다. 남근 형상으로 치성을 들리면 아들을 낳는다는 전설을 지닌 곳이다. 딸바위는 아들바위보다 10여 미터 위에 있다. 석문산성은 임진왜란 당시 낙동강을 따라 쳐들어오던 왜적을 막기 위해 홍의장군 곽재우가 쌓은 미완성의 산성. 하지만 석문산성 정상 부근엔 1989년 4월 곽 장군의 종질부였던 진주 하씨의 미라가 발견돼 세인의 관심을 모은 현장이 있다. 이장을 하려다 발견된 미라는 370년 된 것으로 관속에서 미라와 함께 옷 81점, 편지글 172통, 곡식 넣은 주머니 등이 출토됐다. 유물은 현재 대구국립박물관에 기증, 전시보관중이며 주인공이 쓴 편지글은 KBS 역사스페셜 ‘400년 전 타임캡슐 무덤 속 편지 172통’이란 제목으로 2006년 7월에 방영돼 당시 생활상이 화면으로 재구성되기도 했다. 달성4번 종점 투어 마지막 코스는 현풍곽씨 집성촌인 솔례마을. 현풍곽씨 성을 가진 100여가구가 모여 사는 솔례마을 앞엔 12정려각이 세워져 조선시대 충`효`열 3강(綱)의 도리를 지킨 가문의 12 충신, 효자, 열녀, 열부를 기리고 있다. 현풍곽씨 12정려각은 작은 이익을 위해서라면 신의도, 약속도 쉽게 저버리는 오늘의 사람들에게 사람의 도리를 일깨우는 경종이 되고 있다. |
출처 : 늙은 빈수레
글쓴이 : 노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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