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애송시 100선 - 72편 [애송시 100편 - 제 72편] 마음의 수수밭 / 천양희 문태준·시인 마음이 또 수수밭을 지난다. 머위잎 몇장 더 얹어 뒤란으로 간다. 저녁만큼 저문 것이 여기 또 있다 개밥바라기별이 내 눈보다 먼저 땅을 들여다본다 세상을 내려놓고는 길 한쪽도 볼 수 없다 논둑길 너머 길 끝에는 보리밭이 .. 애송시 100선(조선일보) 2017.11.17
[스크랩] 애송시 100선 - 71편 [애송시 100편 - 제 71편] 진달래꽃 / 김소월 정끝별·시인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 애송시 100선(조선일보) 2017.11.17
[스크랩] 애송시 100선 - 70편 [애송시 100편 - 제 70편] 방심(放心) / 손택수 문태준·시인 한낮 대청마루에 누워 앞뒤 문을 열어 놓고 있다가, 앞뒤 문으로 나락드락 불어오는 바람에 겨드랑 땀을 식히고 있다가, 스윽, 제비 한마리가, 집을 관통했다 그 하얀 아랫배, 내 낯바닥에 닿을 듯 말 듯, 한순간에, 스쳐지나가버.. 애송시 100선(조선일보) 2017.11.17
[스크랩] 애송시 100선 - 69편 [애송시 100편 - 제 69편] 농무 / 신경림 정끝별·시인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 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주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애송시 100선(조선일보) 2017.11.17
[스크랩] 애송시 100선 - 68편 [애송시 100편 - 제 68편] 이탈한 자가 문득 / 김중식 문태준·시인 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양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별들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 애송시 100선(조선일보) 2017.11.17
[스크랩] 애송시 100선 - 67편 [애송시 100편 - 제 67편] 칼로 사과를 먹다 / 황인숙 정끝별 시인 사과 껍질의 붉은 끈이 구불구불 길어진다. 사과즙이 손끝에서 손목으로 흘러내린다. 향긋한 사과 내음이 기어든다. 나는 깎은 사과를 접시 위에서 조각낸 다음 무심히 칼끝으로 한 조각 찍어 올려 입에 넣는다. "그러지 마. .. 애송시 100선(조선일보) 2017.11.17
[스크랩] 애송시 100선 - 66편 [애송시 100편 - 제 66편] 의자 / 이정록 문태준 시인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 애송시 100선(조선일보) 2017.11.17
[스크랩] 애송시 100선 - 65편 [애송시 100편 - 제 65편] 생명의 서(書) / 유치환 정끝별·시인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懷疑)를 구(救)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 번 뜬 백일(白日)이 불사신같이 작열하고 일체가.. 애송시 100선(조선일보) 2017.11.17
[스크랩] 애송시 100선 - 64편 [애송시 100편 - 제 64편] 섬진강1 / 김용택 문태준·시인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꽃, 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 애송시 100선(조선일보) 2017.11.17
[스크랩] 애송시 100선 - 63편 [애송시 100편 - 제 63편] 그리스도 폴의 강(江) 1 / 구상 정끝별·시인 아침 강에 안개가 자욱 끼어 있다. 피안(彼岸)을 저어 가듯 태백(太白)의 허공속을 나룻배가 간다. 기슭, 백양목(白楊木) 가지에 까치가 한 마리 요란을 떨며 날은다. 물밑의 모래가 여인네의 속살처럼 맑아 온다. 잔 고기.. 애송시 100선(조선일보) 2017.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