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사랑시 (30)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30] 찔레 / 이 근 배 창호지 문에 달 비치듯 환히 비친다 네 속살꺼정 검은 머리칼 두 눈 꼭두서니 물든 두 뺨 지금도 보인다 낱낱이 보인다 사랑 눈 하나 못 뜨고 헛되이 흘려버린 불혹 거짓으로만 산 이 부끄러움 네게 던지마 피 걸레에 싸서 희디흰 입맞.. 애송하는 사랑시(조선일보) 2017.11.17
[스크랩] 사랑시 (29)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29] 사랑 사랑 내 사랑 / 오 탁 번 논배미마다 익어가는 벼이삭이 암놈 등에 업힌 숫메뚜기의 겹눈 속에 아롱진다 배추밭 찾아가던 배추흰나비가 박넝쿨에 살포시 앉아 저녁답에 피어날 박꽃을 흉내낸다 눈썰미 좋은 사랑이여 나도 메뚜기가 되어 그대 등에 .. 애송하는 사랑시(조선일보) 2017.11.17
[스크랩] 사랑시 (28)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28] 파문 / 권 혁 웅 오래 전 사람의 소식이 궁금하다면 어느 집 좁은 처마 아래서 비를 그어 보라, 파문 부재와 부재 사이에서 당신 발목 아래 피어나는 작은 동그라미를 바라보라 당신이 걸어온 동그란 행복 안에서 당신은 늘 오른쪽 아니면 왼쪽이 젖었.. 애송하는 사랑시(조선일보) 2017.11.17
[스크랩] 사랑시 (27)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27] 세상의 등뼈 / 정 끝 별 누군가는 내게 품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돈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입술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어깨를 대주고 대준다는 것, 그것은 무작정 내 전부를 들이밀며 무주공산 떨고 있는 너의 가지 끝을 어루만져 더 높은 곳으로 너.. 애송하는 사랑시(조선일보) 2017.11.17
[스크랩] 사랑시 (26)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26] 그대에게 가고 싶다 / 안 도 현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 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 애송하는 사랑시(조선일보) 2017.11.17
[스크랩] 사랑시 (25)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25]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정 희 성 어느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 애송하는 사랑시(조선일보) 2017.11.17
[스크랩] 사랑시 (24)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24] 원 시 (遠 視) / 오 세 영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답다. 무지개나 별이나 벼랑에 피는 꽃이나 멀리 있는 것은 손에 닿을 수 없는 까닭에 아름답다. 사랑하는 사람아, 이별을 서러워하지 마라, 내 나이의 이별이란 헤어지는 일이 아니라 단지 멀어지는 일일 .. 애송하는 사랑시(조선일보) 2017.11.17
[스크랩] 사랑시 (23)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23] 질투는 나의 힘 / 기 형 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 애송하는 사랑시(조선일보) 2017.11.17
[스크랩] 사랑시 (22)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22] 민 들 레 / 신 용 목 가장 높은 곳에 보푸라기 깃을 단다 오직 사랑은 내 몸을 비워 그대에게 날아가는 일 외로운 정수리에 날개를 단다 먼지도 솜털도 아니게 그것이 아니면 흩어져버리려고 그것이 아니면 부서져버리려고 누군가 나를 참수한다 해도 .. 애송하는 사랑시(조선일보) 2017.11.17
[스크랩] 사랑시 (21)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21] 한(恨) / 박 재 삼 감나무쯤 되랴 서러운 노을빛으로 익어가는 내 마음 사랑의 열매가 달린 나무는! 이것이 제대로 벋을 데는 저승밖에 없는 것 같고 그것도 내 생각하던 사람의 등 뒤로 벋어가서 그 사람의 머리 위에서나 마지막으로 휘드려질까본데. .. 애송하는 사랑시(조선일보) 2017.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