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애송시 100선 - 32 편 [애송시 100편-제32편] 소 - 김기택 문태준·시인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한데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데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움큼씩 뽑혀.. 애송시 100선(조선일보) 2017.11.17
[스크랩] 애송시 100선 - 31편 [애송시 100편-제31편] 혼자 가는 먼 집 - 허수경 정끝별·시인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그래서 불러봅니다. 킥킥거리며 한때 적요로움의 울음이 있었던 때, 한 슬픔이 문을 닫으면 또 한 슬픔이 문을 여는 것을 이만큼 살아옴의 상처에 기대, 나 킥킥……, 당신을 부릅니다. 단.. 애송시 100선(조선일보) 2017.11.17
[스크랩] 애송시 100편 - 30편 [애송시 100편-제30편] 사라진 손바닥 - 나희덕 문태준·시인 처음엔 흰 연꽃 열어 보이더니 다음엔 빈 손바닥만 푸르게 흔들더니 그 다음엔 더운 연밥 한 그릇 들고 서 있더니 이제는 마른 손목마저 꺾인 채 거꾸로 처박히고 말았네 수많은 창(槍)을 가슴에 꽂고 연못은 거대한 폐선처럼 가.. 애송시 100선(조선일보) 2017.11.17
[스크랩] 애송시 100선 - 29편 [애송시 100편-제29편] 성탄제 - 김종길 정끝별·시인 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러히 잦아지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나는 한 마.. 애송시 100선(조선일보) 2017.11.17
[스크랩] 애송시 100선 - 28편 [애송시 100편-제28편] 순은(純銀)이 빛나는 이 아침에 - 오탁번 문태준·시인 순은(純銀)이 빛나는 이 아침에 / 오탁번 순은이 빛나는 이 아침에 눈을 밝으면 귀가 맑게 트인다. 나무가지마다 순은의 손끝으로 빛나는 눈내린 숲길에 멈추어, 멈추어 선 겨울 아침의 행인들. 원시림이 매몰될 .. 애송시 100선(조선일보) 2017.11.17
[스크랩] 애송시 100선 - 27편 [애송시 100편-제27편] 광야 - 이육사 정끝별·시인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진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 애송시 100선(조선일보) 2017.11.17
[스크랩] 애송시 100선 - 26편 [애송시 100편-제26편] 산정 묘지 - 조정권 문태준·시인 겨울 산을 오르면서 나는 본다 가장 높은 것들은 추운 곳에서 얼음처럼 빛나고 얼어붙은 폭포의 단호한 침묵, 가장 높은 정신은 추운 곳에서 살아 움직이며 허옇게 얼어터진 계곡과 계곡 사이 바위와 바위의 결빙을 노래한다 간밤의.. 애송시 100선(조선일보) 2017.11.17
[스크랩] 애송시 100선 - 25편 [애송시 100편-제25편] 잘 익은 사과 / 김혜순 백 마리 여치가 한꺼번에 우는 소리 내 자전거 바퀴가 치르르치르르 도는 소리 보랏빛 가을 찬바람이 정미소에 실려온 나락들처럼 바퀴살 아래에서 자꾸만 빻아지는 소리 처녀 엄마의 눈물만 받아먹고 살다가 유모차에 실려 먼 나라로 입양 가.. 애송시 100선(조선일보) 2017.11.17
[스크랩] 애송시 100선 - 24편 [애송시 100편-제24편] 산문(山門)에 기대어 - 송수권 문태준·시인 누이야 가을산 그리메에 빠진 눈썹 두어 낱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정정(淨淨)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 가면 즈믄 밤의 강이 일어서던 것을 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은 고뇌의 말씀들 돌로 살아서 반.. 애송시 100선(조선일보) 2017.11.17
[스크랩] 애송시 100선 - 23편 [애송시 100편-제23편]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 백 석 정끝별·시인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 애송시 100선(조선일보) 2017.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