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애송시 100선 - 12편 [애송시 100편-제12편] 저녁눈 / 박 용 래 문태준·시인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말집 호롱불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조랑말 발굽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여물 써는 소리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변두리 빈터만 다니며 붐비다. ▲ 일러스트=잠산 박.. 애송시 100선(조선일보) 2017.11.17
[스크랩] 애송시 100선 - 11편 [애송시 100편-제11편] 대설주의보 최 승 호 정끝별·시인 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들, 제설차 한 대 올 리 없는 깊은 백색의 골짜기를 메우며 굵은 눈발은 휘몰아치고, 쬐그마한 숯덩이만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굴뚝새가 눈보라 속으로 날아간다. 길 잃은 등산객들 있을 듯 외.. 애송시 100선(조선일보) 2017.11.17
[스크랩] 애송시 100선 - 10편 [애송시 100편 - 제10편] 사슴 / 노 천 명 문태준·시인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내곤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데 산을 쳐다본.. 애송시 100선(조선일보) 2017.11.17
[스크랩] 애송시 100선 - 9편 [애송시 100편- 제9편] 한 잎의 여자 / 오규원 정끝별·시인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 애송시 100선(조선일보) 2017.11.17
[스크랩] 애송시 100선 - 8편 [애송시 100편 - 제8편] 묵화 / 김종삼 문태준·시인 묵화(墨畵) 물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1969> ▲ 일러스트=잠산 김종삼(1921~1984) 시인의 시는 짧다. 짧고 군살이 없다. 그의 시는 여백을 충분히 사.. 애송시 100선(조선일보) 2017.11.17
[스크랩] 애송시 100선 - 7편 [애송시 100편 - 제7편] 사평역(沙平驛)에서 / 곽재구 정끝별·시인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 애송시 100선(조선일보) 2017.11.17
[스크랩] 애송시 100선 - 6편 [애송시 100편 - 제6편] '冬天(동천)' / 서정주 문태준·시인 내 마음 속 우리님의 고은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 섣달 나르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 일러스트=잠산 겨울 밤하늘을 올려 본다. 얼음에 맨살이 달라붙듯.. 애송시 100선(조선일보) 2017.11.17
[스크랩] 애송시 100선 - 5편 [애송시 100편 - 제5편] ‘꽃’ / 김춘수 정끝별·시인 김춘수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애송시 100선(조선일보) 2017.11.17
[스크랩] 애송시 100선 - 4편 [애송시 100편 - 제4편] ‘즐거운 편지’ / 황동규 문태준·시인 황동규 ‘즐거운 편지’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 애송시 100선(조선일보) 2017.11.17
[스크랩] 애송시 100선 - 3편 [애송시 100편 - 제3편] '남해 금산’' / 이성복 정끝별·시인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 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 애송시 100선(조선일보) 2017.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