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산행에는 산삼 맛 좀 볼 수 있을까?”
“에그, 그런 마음 가지고는 틀렸수. 캐려고 마음먹는다고 보이는 게 산삼인가.”
“아냐, 어제는 정말 길한 꿈을 꿨다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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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을 받치고 있는 기둥같다’는 운주산(806.2m)은 팔공산 보현산과 함께 영천의 삼산으로 불린다. 운주산은 높지 않으나 그 품이 넓고 깊어 민초들이 살아온 고된 삶의 흔적이 많이 배여있다.
임진왜란 때는 김백암장군이 이 산에 성을 쌓아 항전했고, 구한말에는 영남지방의 의병조직인 산남의진(山南義陣)이 이곳을 근거지 삼아 포항·영일 일대서 거센 항쟁을 펼쳤다. 또 한국전쟁 때는 많은 피난민들이 이 산에 은신하기도 했다.
운주산 산행은
‘포항시 기계면 인비리~노란물통~과수원~617m봉~삼거리~687m봉~큰 무덤 삼거리~헬기장~운주산 정상~헬기장~785m봉~700m봉~삼거리~안국사~포항시 기계면 남계리’로 이어진다.
산행시간은 4시간30분~5시간.
617m봉부터 하산길의 삼거리 안부까지 낙동정맥 줄기를 타기 때문에 능선이 넓고 깨끗하다.
그래서 산행을 마친 뒤에도 포근한 여운이 남아 다시 찾고 싶은 생각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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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으로 올라가는 임도를 따라 계속 직진하면 10여분 뒤 과수원을 만난다. 과수원 왼쪽으로 샛길이 열리고 본격적인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이 구간은 묵은 산길이지만 길이 좋아 다리품은 그다지 들지 않는다. 과수원에서 가지능선까지는 20여분 정도. 가지능선에서 오른쪽 오르막이 주능선으로 가는 길이다.
팍팍한 비탈길이 주능선을 향해 굽이치며 이어진다. 급경사 완경사 구간을 섞어가며 30여분 올라야 바위전망대를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 포항시 기계면의 넓은 들판과 저수지들을 한눈에 담아보며 등허리에 맺힌 땀을 식혀보자.
바위전망대 30여m위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틀어 10여분 더 길을 이어가면 617곒봉이다. 이곳부터 도덕산에서 달려온 낙동정맥이 시작된다.
낙동정맥은 백두대간 줄기인 강원도 영월의 매봉산에서 갈라져 나와 남쪽으로 치닫다 영천 포항을 거쳐 부산의 몰운대에서 끝을 맺는다. 그 낙동정맥의 한가운데쯤 되는 곳이 바로 여기다.
617m봉 정상은 여느 봉우리와 달리 넓고 완만한 평지다. 운주산으로 가기 위해서는 오른쪽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100여m 나아가면 아래로 떨어지는 완만한 내리받이길이 기다린다. 그 끝머리에 안부 삼거리가 옴쑥하니 들어앉아 있다.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떨어지는 계곡길은 인비리에서 올라오는 주등산로. 그러나 산그림자가 짙게 드리워 응달지면서 등산로 주변이 눈과 얼음으로 얼어붙어 있어 아직은 오르내리기가 위험하다.
직진하면 깨끗한 산길이 687m정상까지 이어진다. 687m정상을 살짝 넘어서면 양탄자처럼 깔린 눈길이 시작된다. 보드라운 눈위에 엇갈려 가며 새겨진 멧돼지와 고라니의 발자국이 깊은 산속의 정감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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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지와 헬기장을 지나면 운주산 정상이다. 사방이 훤히 트인 멧부리에서는 굽이치는 낙동정맥의 자태가 한눈에 들어온다. 서쪽으로는 얼어붙은 조양호가, 북서쪽으로는 눈고깔을 하얗게 덮어쓴 보현산이 머리를 내민다. 동쪽으로는 비학산 도음산이 포항시를 감싸고 남쪽으로 도덕산 자옥산이 이어지며 영천시를 보듬고 있다.
시원한 조망을 뒤로 하고 산을 내려온다. 일단 헬기장으로 되돌아 나온다. 정상길에 지나왔던 큰 무덤쪽으로 내려서지 말고 능선을 따라 그대로 왼쪽길을 잇는다. 그러면 785m봉을 넘어 다시 낙동정맥 능선이다. 10여분 정맥을 따라 가다 700곒봉을 지나 삼거리 안부에서 왼쪽으로 꺾는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하산길이다.
안국사로 내려가는 하산길은 가을이면 낙엽에 뒤덮인 적막한 산책길이 된다. 하지만 지금은 묵은 솔가리와 낙엽 아래 빙판이 곳곳에 숨어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25분쯤 걸어 내려오면 골바람에 ‘댕그렁’하는 풍경소리가 젖어있다. 고개를 들어보니 안국사 암자가 눈에 들어온다.
안국사는 신라 때 국태민안과 왕실의 번영을 기원하기 위해 기림사와 함께 세워진 유서 깊은 고찰이다. 한때 이 골짜기에 열두 암자를 거느리며 신라 불교의 전성기를 이끌기도 했다. 그러나 구한말 의병 활동의 근거지였던 까닭에 일제에 의해 대부분 불태워졌다. 암자에서 만난 노스님은 지금도 운주산 일대에 당시 승려들이 만든 저수지와 절터가 곳곳에서 발견된다고 말했다.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10여분 더 내려오면 새로 중건한 안국사 대웅전이다. 임도를 따라 30여분 더 걸어가면 계단식 다랑논을 지나 남계리에 닿는다. 31번 국도로 나와 기계초등학교 기서분교쪽으로 걸어가면 매점을 겸하고 있는 구지 버스정류소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 교통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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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기북·성법행 버스를 탄다. 배차시간은 다소 불규칙하다. 오전8시5분, 8시50분, 10시10분, 11시20분에 있다. 요금 850원. 소요시간 10분.
포항시 기계면 남계리와 구지리는 31번 국도를 사이에 두고 놓여있다. 산을 내려오면 구지리 버스정류소에서 기계면행 버스를 탈 수 있다. 오후 5시20분, 6시, 6시25분, 8시10분에 버스가 있다고 하지만 들쭉날쭉하다. 요금은 직행버스 700원, 좌석버스 850원이다. 사람이 없으면 그냥 지나치기도 하므로 일찍감치 도로에 나와 차를 기다리는 것이 좋다.
기계에서 경주는 30분 간격으로 있다. 막차는 오후 8시30분. 요금은 2천2백원이다.
경주서 부산은 밤 9시50분까지 10분마다 있다. 심야버스는 밤 11시20분과 0시2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