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등산 참고자료 모음

[스크랩] 대구 종점투어 [매일신문]...16

최두호 2017. 11. 20. 17:46

[종점 투어]  현풍 유가사 일대
 
 
 
현풍 시외버스터미널~대구 칠성시장 간을 운행하는 600번 버스는 편도거리가 44.8km로 대구시내 버스노선 중 5번째로 긴 노선을 운행하고 있다. 보통 11분 간격으로 현풍 시외버스터미널을 출발해 대구 시내를 경유, 칠성시장 신천대로변에 있는 방천도로의 동구3번 버스 종점에서 돌아간다. 주중엔 현풍과 대구를 잇는 정상 노선을 운행하고 주말엔 유가사(瑜伽寺)와 비슬산 휴양림 방면으로 맞춤형 연장 운행을 하기도 한다.

따라서 지하철1호선 중앙로역·성당동역·송현역·월배역·상인역·진천역·대곡역 등과 지하철2호선 두류역·내당역·반고개역·서문시장역 등에서 600번 버스와 연계하면 현풍읍내와 유가사 및 비슬산 휴양림 일대를 둘러보고 올 수 있는 알찬 노선이기도 하다. 특히 주말 유가사와 비슬산 휴양림 노선은 현풍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운행시간을 알아 볼 수 있다.

600번 버스 종점투어에서 먼저 둘러 볼 곳은 현풍읍 상리의 보물 673호인 현풍석빙고. 길이 9m, 너비 5m, 높이 6m로 마치 커다란 왕릉모양을 하고 있는 석빙고는 남북으로 길게 만들어졌으며 출입구는 북쪽에 있고 남쪽 뒤편으로 현풍천이 흐른다. 아마 석빙고의 기능상 겨울에 얼음을 쉽게 얻을 수 있는 냇가에 설치된 것 같다.

입구는 바깥 공기를 차단하기 위해 옹벽을 만들었으며 내부는 굳게 자물쇠가 채워 있지만 안내판에 설명에 따르면 내부는 무지개 꼴 구조로 천정엔 요철 문양이 나 있고 환풍구 두 곳이 설치돼 있다. 바닥엔 배수로를 설치하고 돌을 깔아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도록 했다. 1981년 보수작업 때 ‘숭정기원후이경실비’가 발견, 제작 연도가 1730년(영조6년)으로 밝혀졌다.

현풍읍에서 5번국도를 따라 창녕 방면으로 나오다 보면 유가사와 비슬산 휴양림 가는 길이 나타난다. 좁은 농로 양편으로는 휑한 논밭 너머 저 멀리 하얀 잔설을 이고 있는 비슬산 준령들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유가면 일대 테크노폴리스가 들어설 지역의 논과 밭엔 중기들의 정지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겨울 햇살을 맞으려 마을 어귀 집 담벼락에 나란히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는 촌로들의 모습도 살갑다.

유가사 가는 길목에 만난 응달진 음리마을은 대구광역시 무형문화재 제11호인 하향주(荷香酒)의 본고장이다. 비슬산 맑은 물과 100% 토종 찹쌀, 전통 누룩을 이용해 빚는 하향주는 민속주 특유의 신맛, 떫은 맛, 쓴 맛, 구수한 맛과 은은한 연꽃향 등 다섯 가지 향과 맛이 어우러진 명주.

전설에 따르면 신라시대 유가사 왼편 산자락에 있는 도성암이 불타 중창할 때 인부들에게 제공했던 토주가 하향주였고 임진왜란 땐 이 곳에 주둔한 장수가 술 맛에 감탄해 임금에게 진상하면서 알려졌다고 한다.

이윽고 유가사 초입에 다다르자 꼭대기에 불쑥 솟은 기암을 얹고 있는 비슬산의 명봉 대견봉이 그 자태를 드러낸다. 회색빛 암봉(岩峯)과 하얀 잔설, 푸른 소나무가 드리운 산자락이 우뚝 솟아 차가운 겨울바람을 마주 맞고 있는 봉우리는 참 진리를 찾으려는 구도자의 용맹한 마음자락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최근 유가사는 많은 중창이 있었던 모양이다. 사찰 앞엔 거대한 대리석에 갖은 글귀와 중창불사에 기부한 신도들의 이름이 깊이 파여 있다. 사천왕문 뒤 지은 지 얼마 되지 않는 시방루(十方樓)는 황금빛 찬란한 기와를 얹어 잿빛 대견봉의 기세와 대비된다.

유가사 절 앞에서 비슬산 정상을 오르는 길은 왼편 도성암길, 유가사 길, 비슬산 자연휴양림 길 등 세갈래 길이 있다.

이중 도성암 길은 유가사 절 입구에서 왼편으로 접어드는데 암자 입구까지 콘크리트 포장이 돼 있다.

암자를 오르는 길은 전날 내린 눈으로 얼어붙어 있고 한풍은 귓전을 때린다. 유가사에서 20여분 걸어가면 건너편 산자락에 도성암 기와지붕의 용마루선이 수줍은 듯 얼굴을 내민다. 암자 뒤로는 거대한 바위가 소나무 숲을 뚫고 우뚝 솟아 있다. 이 곳 사람들은 이 바위를 도통바위로 불렀다. 문득 산사 옆 숲 속 어디선가 이름 모를 산새가 울부짖어 정적을 깬다. 그 소리가 혹여 수마(睡魔)에 빠진 수행자를 깨우는 법어처럼 들렸다면 속인의 착각일까.

다시 내려온 길엔 유가사에 들러 차가운 샘물 한 잔을 들이켰다. 속을 쓸어내려가는 차가운 기운에 정신이 번쩍 든다. 깨어있음에 승과 속이 따로 있을까.

유가사에서 내려오다 보면 왼편에 빨간 마후라의 원조격인 유치곤 장군 호국기념관이 있다. 유치곤 장군은 6.25전쟁 중 200여회가 넘게 출격한 전공을 세운 사람으로 당시의 전투기 등이 전시돼 있다. 은빛 전투기의 동체 위로 겨울 햇살이 매서운 바람을 타고 내려앉아 있다.

 

출처 : 늙은 빈수레
글쓴이 : 노틀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