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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바다 품은 500여 섬, 눈이 탁 트이는 경남 통영 여행[대구매일신문]

최두호 2019. 2. 14. 17:39

[흥] 바다 품은 500여 섬, 눈이 탁 트이는 경남 통영 여행

                                                                              [대구매일 신문 2019년 2월14일자]

통영 관광의 핵심 전초기지, 미륵도
미륵산 미래사 옆 편백나무숲은 명품 중 명품
바다 풍경과 트래킹 둘 다 잡을 거라면 연대도, 만지도
굴무젓, 뽈락김치 같은 발효음식도 별미

만지도와 연대도를 연결하는 출렁다리가 바다를 가로질러 놓여있어 한려수도 주변 섬 경치를 두루두루 살펴볼 수 있다.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만지도와 연대도를 연결하는 출렁다리가 바다를 가로질러 놓여있어 한려수도 주변 섬 경치를 두루두루 살펴볼 수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매화가 벌써 다 피었다. 여기서는 제철이다. 경남 통영이다. 눈만 돌리면 바다다. 햇살마저 봄이다.

날씨 운이 따른 줄 알았더니 2월 중순이면 당연한 볕이다. 설 연휴 직후 찾아간 2월 초순 통영의 한낮

기온은 영상 8도. 다운파카는 패션 테러였다.

카메라를 들이댄 어디든 인생 사진이다. 드라이브만 해도 충분히 좋다. 가로수가 동백나무다. 말 다 했다.

맥줏집에 새우깡이 기본 안주로 나오던 시절, 마른 오징어를 기본 안주로 주던 곳을 만난 느낌이다.

"너무 좋다, 너무 좋다, 너무 좋다."


따뜻한 봄날씨로 통영시 곳곳에는 매화가 만개해 봄소식을 알리고 있다.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따뜻한 봄날씨로 통영시 곳곳에는 매화가 만개해 봄소식을 알리고 있다.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우선 '통영 만세' 삼창하고 시작해야겠다. 세간에 빈번하게 회자한 동피랑, 서피랑, 해저터널,

루지를 비롯해 달아공원, 이순신공원, 남망산조각공원 등 공원은 각자 동선에 맞게 선택하면 되겠다.

윤이상, 박경리, 김춘수 등 유명인사와 관련된 곳도 각자의 경험으로 넘기자.

통영에는 갈 곳이 너무, 많다.

 

◆통영관광의 절반, 미륵도

통상 빼어난 풍광으로 관광객을 그러모았다는 관광지도 겨울에는 맥을 못추기 십상이다.

제주와 더불어 통영은 예외다.

특히 통영시 남쪽 미륵도는 통영 관광의 전초기지다.

미륵도의 절반이 한려해상국립공원에 포함돼 있을 정도다.

통영시내와 미륵도를 연결하는 길은 세 곳이다.

통영대교나 충무교를 통하거나 해저터널로 걸어가면 미륵도에 닿는다.

미륵도는 말이 섬이지 섬 같지 않다.

통영시내 통영해안로와 미륵도 미수해안로의 간격은 100미터가 채 안 된다.

대구 팔달교 금호강을 생각하면 얼추 맞다.

미륵도는 드라이브만으로도 알찬 여행이란 느낌이 들 만큼 풍경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다.

가로수부터 동백나무다. '정말 좋다'를 연발하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이라는 표지판을 본다.

일찌감치 정부도 명품 임명장을 내렸다. 연명예술촌 가는 길이다. '산양관광도로'라는 이름이 있다.


관광객들이 미륵산 편백나무 숲길을 걸으며 삼림욕을 즐기고 있다.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관광객들이 미륵산 편백나무 숲길을 걸으며 삼림욕을 즐기고 있다.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달아공원을 지나 미륵도의 중심으로 접근한다. 목표지점은 미륵산 미래사.

편백나무 숲의 유명세를 좇은 것이다.

 미래사 바로 앞까지 자동차로 오른다. 경사가 꽤 급하다. 좀체 쓰지 않던 변속 기어를 넣는다.

편백나무가 드문드문 보이는가 싶더니 군락이다. 창문을 열자 편백나무 향이 흠뻑 들어온다.

사우나 마니아들에게 익숙한 향이다. 히노키 탕의 기본 재료인 편백나무다. 천연 항균물질,

피톤치드가 많아 새로 태어나는 느낌이다. 비가 오는 날에는 향이 훨씬 진해진다.

걷기 적당한 편백나무 숲길이 있다. '미륵불 오솔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숲의 끝에 높이 3미터가 될까 싶은 미륵불이 기다리고 있다.

미륵불이 보는 방향으로 눈길을 돌리면 바다다. 두 말할 것 없이 명품이다.

260미터 거리다. 삼림욕을 즐기기엔 짧다. 왕복해야 500미터를 넘긴다.

입구에서 미륵불까지 수행하듯 왕복하는 이들이 보인 이유였다.

미래사에서 욕심을 내 미륵산까지 올라도 좋다. 20분이면 족하다.

한려해상 바다백리길과 이어진 구간이다. 날이 좋으면 대마도까지 보인다는 미륵산 정상이다.

 

만지도와 연대도를 연결하는 출렁다리.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만지도와 연대도를 연결하는 출렁다리.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연대도, 만지도

동해와 다른 바다다. 섬이 하나도 없는 동해와 달리 여기저기에 섬이 있다.

먹물을 적셔 붓을 휙 휘두르니 먹물이 떨어진 자리마다 섬이 생기더라는

어떤 나라의 신화처럼 이야기해도 믿을 법한 지형이다.

하긴 경남 출신 친구가 난생 처음 동해안 바닷가를 보고 진지하게 내뱉은 한 마디,

"여기 섬 다 어디 가삔노?"도 마냥 개그만은 아니었다.

통영의 아기자기한 섬들 중 연대도와 만지도를 택했다.

근래에 출렁다리가 놓여 여행패키지에 자주 이름을 내미는 곳이다.

달아선착장에서 오후 2시 10분에 출발하는 배를 탄다. 하루 4차례 들어가는 배가 있다.

 연명항에도 배가 있다. 시간표를 따로 확인해야 한다. 승선하려면 신분증이 필요하다.

승선료=왕복 1만원.

문의=달아선착장 055)643-3363.


만지도 해안절벽과 푸른빛 남해바다.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만지도 해안절벽과 푸른빛 남해바다.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배에 오르니 바다를 항해한다는 느낌이 아니다. 지척에 섬들이 널려 있어선지 넓은 호수로 뱃놀이 나가는

기분이다. 일리 있다. 전남 신안에 이어 국내 두 번째로 섬이 많은 통영이다.

유·무인도를 합해 500개가 넘는다.

배 이름도 '섬나들이호'다. 연대도까지 20분 남짓이면 도착한다. 멀미약은 필요 없었다.

만지도는 '만지다'는 말에 해달라는 뜻의 접미어 '~도(표준어로 '~줘'에 해당)'가 붙은

'만지도(표준어로 '만져줘')'와 발음이 같다. 외설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섬 둘레, 총 길이라 해봤자 1.5km가 될까. 그냥 작고,

외로운 섬이다. 한자 지명은 '늦게 사람이 살게 된 섬'이란 뜻이다.


관광객들이 바다위를 걷는 듯한 만지도 해안데크로드길을 걷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관광객들이 바다위를 걷는 듯한 만지도 해안데크로드길을 걷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실제 최근 들어서야 연대도와 연결하는 98미터 길이의 출렁다리 덕에 한데 묶여 소개된다.

'​마음을 만져주는 예쁜 섬'이라는 홍보 문구가 내 걸렸다.

국립공원공단은 2015년 이곳을 명품마을로 지정했다.

 늦게 사람이 살게 된 만큼 사람 손을 덜 타 자연 그대로의 속성이 살아있다는 거다.

연대도와 만지도는 바다를 보며 가벼운 산행을 즐기기 알맞은 섬이다.

연대도를 크게 도는 2.3km 구간 입구에는 '멧돼지가 나오니 조심하라'는 경고 문구가 크게 붙어 있다.

굳이 위험을 감수할 건 없다.

출렁다리를 건너 해발 고도 99.9미터의 만지도 최고봉, 만지봉으로 향한다. 야트막한 산이지만 숲은 짙다.

어둑어둑한 숲의 그늘은 신령스럽기까지 했다. 바스락거리는 건 걷는 이의 숨소리와 발소리뿐.

원시의 자연음이 이런 소리였을까. 동백나무 둥근 가지 터널 아래를 들어가고 또 들어간다.

동백이 다 떨어져 앙상한 가지가 연출한 신비감은 절정에 이른다. 신비감이 도리어 공포감으로 바뀔 즈음

한 줌 안도의 빛이 보인다.

500미터쯤 걸어 올라왔을까. 곧 에메랄드빛 바다가 열린다. 욕지도, 연화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뭍으로 나오는 마지막 배는 동절기 기준 오후 4시 30분에 있다.

섬에서 뭍으로 나오는 시간과 해넘이 시간이 딱 맞다.

그래서 가까이에 있는 달아전망대를 지나치자니 아쉽다.

서쪽으로 열린 바다라 지는 해가 잘 보이는 곳이기 때문이다.

 

생굴회,굴전
생굴회,굴전

 

◆별미의 시간

굴이 끝물이다. 벌써 2월이다. 보리가 날 때 즈음 판을 접는다는 굴이었다. 그것도 옛말이다.

냉동기술이 좋아져 1년 내내 팔린다. 그래도 신선도를 무시할 수 없다. 봄에 들어서면 찾는 손님이 적은 이유다.

통영의 연중 효자 상품이 된 건 멍게다. 언제부턴가 충무김밥을 제치고 스타덤에 오른 멍게비빔밥은

통영의 웬만한 식당에선 다 내놓는다. 그만큼 조리법이 단순하다.

재료가 신선하고 양이 많으면 맛집 등극이다. 바다가 코앞인 통영에선 본 메뉴가 나오기 전 압도적인

 물량 공세로 시장기를 잡아버리는 속칭 '찌개다시'가 많은 가게는 잘 없다.

(철저히 국산화된 '찌개다시'는 입에 감기는 반면 본토 발음인 '츠키다시(突(き)出し, つきだし)'는

찰진 맛이 떨어진다. '야매'가 '야미(闇, やみ)'보다 많이 쓰이는 것과 비슷하다.)

결국 핵심 단품으로 승부한다. 굴, 멍게는 블로그, 페이스북, 구글 리뷰 등에 오를 만큼 올랐다.

별미를 꼽자면 굴무젓과 뽈락김치를 들 수 있다.

우선 굴무젓이다. 이름 그대로 굴과 무를 섞어 젓갈로 만든 거다. 무가 많다. 다진 마늘, 고춧가루 등도 보인다.

국물에 담겨 나온다. 굴만 빼면 얼핏 안동 식혜의 느낌이다. 한 입 먹으니 실제로 그렇다.

단, 굴의 담백함이 입안에 남는다.

아쉽게도 이것만 전문으로 내놓는 집은 없다. 아는 사람에게만 내어 준다.

여기서 '아는 사람'이란 '매상을 많이 올려주는', '비싼 걸 시켜 먹는'이란 말이 생략됐다.

서비스 겸 지역 홍보 겸해서 내놓을 개연성이 높다. 뽈락김치도 거든다.

역시나 발효 음식이다. 한 입에 덥석 베어 먹었다간 물이 남아나질 않는다. 갓바위 절밥이

스친다. 짜다. 비늘이 쫄깃한 갑옷처럼 씹힌다. 초보는 살만 발라 먹어야 한다.

곰삭은 홍어향이 남는다. 그럼에도 '이게 뭐야'하면서 또 뽈락을 집어 든다.

중독성이 있다는 걸 알아채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흥분하지 말고, 크게 움직이지 말고, 찢어먹지 말아야 한다.

김칫국물 한 방울이라도 옷에 튀면 외출을 포기해야할 만큼이다.


서피랑마을에 설치된 피아노 계단. 3옥타브까지 소리를 낼 수 있어 관광객들의 발도장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서피랑마을에 설치된 피아노 계단. 3옥타브까지 소리를 낼 수 있어 관광객들의 발도장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