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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 서북부에 자리한 홍성 고을의 진산 백월산은 낮지만 경관이 아름답고 산행하기에도 매우 좋은 산이다.원래 백월산은 황해도 구월산, 전남 영암의 월출산과 함께 우리나라 서부 지역의 세 월산(三 月山)의 하나로 꼽혀왔다.
백월산은 코끼리바위, 바위턱 조망대 등 산비탈 곳곳에 기암괴봉이 있고, 바위등성이도 있으며, 서어나무 등 숲이 울창하다. 또 절과 이름난 약수터가 있는 등 다른 산들과 비슷하면서도 백월산만의 매력이라 할 수 있는 색다른 점도 여러 가지 있다.
첫째 백월산은 거의 평정봉으로 길이가 300여m에 이른다. 그래서 산 머리 곳곳에 꽃밭과 정자, 제단, 사당, 순찰대 건물 등이 있다. 이 꽃밭과 나무들은 군내 각 단체가 나누어 심고 가꾸고 있어 더욱 뜻이 있다.5월에 백월산의 머리는 갖가지 색깔의 아름다운 꽃들로 꾸며져 화사하다.
백월산에는 정자(조망대)와 50m가 넘는 명물 하늘사다리, 절골의 바위 협곡을 건너는 구름다리 등 산행시설이 잘 되어 있다.
백월산은 충절의 산이다. 산머리 거대한 바위를 등지고 벼랑 위에 홍주 청난사중수비와 단간으로 된 청난사가 있다. 청난사는 임진왜란 중 이몽학의 난을 평정한 홍가신 등 다섯 충신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다. 산 머리에 충신의 사당이 있는 곳은 여기 백월산뿐일 것이다. 경술국치(한일합방) 전후 많은 의병들이 이 산으로 들어와 장열한 최후를 마쳤다는 이야기도 있다.
- ▲ 큰 바위중턱 조망대.
- 백월산은 민속신앙이 두드러지게 성한 산이다. 여기 청난사도 민속신앙의 당집을 겸하고 있어 사시사철 제물이 차려져 있고 자주 굿판도 벌어진다. 또 백월산 곳곳에 민속신앙의 기도터가 많다. 무속신앙인들이 스스로 순찰 감독하는 산림환경단속순찰대 건물까지 마련되어 있다.
백월산에서는 해마다 고천대제(제단까지 마련되어 있다)와 단군제가 열린다. 당집 앞의 큰 바위에는 지름 30cm, 깊이 20cm 정도 되는 확 모양의 둥근 구멍이 파여 있다. 군청의 임철용 공원녹지계장의 설명에 의하면 옛날에는 이 구멍에 소 피를 받아 단군제에 제물로 썼다 한다.
백월산이 무엇보다 좋은 것은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을 펼친 지사들 가운데 문무 각 대표라 할 수 있는 만해 한용운 선생과 백야 김좌진 장군의 생가가 백월산 서쪽 가까이에 있다는 점이다. 홍성8경 중 만해 생가는 제3경, 백야 장군 생가는 제7경으로 되어 있다. 산행 뒤 성역화된 두 분의 생가를 둘러보며 두 분의 높은 뜻을 되새기고 기려보는 것은 산행의 격을 한층 높이게 될 것이다.
산행 뒤에 가까운 남당리 등 바닷가로 나아가 바닷바람도 쐬고 뒤풀이 겸 생선회도 먹을 수 있으며, 산 아래 홍성읍에 있는 온천에서 온천욕을 즐기고 도성을 둘러보는 것도 백월산 산행의 크나큰 매력이다.
홍성 북부에 명산 두 개가 서로 마주보고 있다. 용봉산은 동쪽, 백월산은 서쪽에 있다. 두 산은 높이도 비슷하고 바위산으로 되어 있으며, 기암괴봉이 많은 점도 닮았다. 경쟁관계일 수도 있는 백월산과 용봉산에 관한 재미있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옛날 두 산 사이 소향 마을(현존)에 소향이라는 예쁜 처녀가 살았다. 백월산 장군과 용봉산 장군은 서로 소향이를 차지하려 싸움을 벌였다. 용봉산 장군은 투석봉에서, 백월산 장군은 중턱바위에서 산에 있는 바위들을 상대방에 던지는 싸움을 벌인 것이다. 마침내 백월산 장군이 싸움에 이겨 소향 아씨를 아내로 맞았다.그래서 용봉산에는 바위가 많이 있고, 백월산에는 적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홍성은 옛날에 홍주(洪州)라 했다. 조선조에서는 홍주목(洪州牧)으로 목사(牧使)가 주재하며 5개 군(서천, 서산, 태안, 면천, 온양)14개 현(縣)을 다스렸고, 고종 32년(1895)에는 부(府)로 승격되어 부사가 22개 군현을 관할하기도 했다.지금의 도에 준하는 홍주목의 옛 영화를 말해주는 홍주성과 안회당(홍주목 동헌), 홍주아문, 조양문(홍주성 동문), 여하정 등이 지금 남아있다.
백월산의 이름은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월산(月山)으로 되어있다. ‘본주 서쪽 3리 지점에 있는 진산’이라 적고 있다. 그러나 1750년에 만들어진 광여지도에는 백월산으로 나타나 있다. 그 뒤에 나온 대동지지에도 월산이라 되어 있고, 옛날에는 옥산(玉山)이라 불렀다고 써있다. 여기에 백월산은 동남쪽 40리 대흥과의 경계에 있다고 적혀 있고, 비봉산이라 부르기도 한다고 되어있다.
국립지리원의 지도 등 공식 지도에 일월산(日月山)으로 되어 있는 것은 옛 지도에 백월산의 흰 백 자(白)에서 위 점 하나를 빼고 날 일(日) 자로 잘못 보았기 때문이다. 백월산으로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