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에서 초겨울로 이어지는 이맘때는 다가올 혹한을준비해야 하는 시기다.
한 해의 마무리를 앞두고 갈무리에 나서야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지금 준비를 잘해야 긴긴 겨울을 건강하게 날 수 있다. 자꾸만 차가워지는 기온에 몸을 움츠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가벼운 산책이라도 나서야 하는 이유다.
안동시가 3대 문화권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한 ‘안동 선비순례길’은 모두 9개 코스로 이뤄져 총거리가 91.3㎞에 달한다. 한꺼번에 모두 돌아보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하다. 코스별로 하루씩 목표를 세워 겨우내 틈틈이 걸어봐도 좋을 곳이다.
월천서당에서 도산서원을 거쳐 퇴계종택까지 이어지는 2코스 ‘도산서원길’은 스승인 퇴계 이황과 제자인 월천 조목이 만나는 사제의 길로 어느 구간보다 퇴계의 숨결이 살아 있는 곳이다. 이 길을 걷는 도중에는 경북산림과학박물관 인근을 지나기 때문에 함께 들러보면 더욱 좋다.
3코스 ‘청포도 길’은 퇴계종택에서 이육사문학관을 거쳐 단천교까지 이어진다. 이육사의 고향인 원촌마을을 비롯해 이육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이육사는 일제강점기 때 17번이나 옥살이를 하며 민족의 슬픔과 조국 광복의 염원을 노래했다. 퇴계종택은 조선 중기 대학자 퇴계 이황 선생의 종택으로, 원래 건물이 사라진 뒤 그 터에 옛 모습을 추정해 1929년 새로 지은 것이다.
단천교에서는 다시 4코스 ‘퇴계예던길’로 이어진다. 청량산 조망대를 거쳐 건지산, 농암종택, 건지산을 거쳐 축용봉까지 이어진 길이다. 농암종택은 1504년 사간원 정원으로 있다가 임금의 노여움을 사 안동으로 유배된 이현보 선생의 종택이다. 이곳 역시 분천마을이 수몰되면서 현재 도산면 가송길로 옮겨졌다.
고려 공민왕의 어머니가 홍건적의 난을 피해 숨어 있었다는 왕모산의 중턱을 가르는 5코스 ‘왕모산성길’에선 단천마을의 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전설에 따르면 홍건적이 이곳까지 진격해 공민왕이 위태롭게 되자 백마를 탄 늙은 장수가 왕을 구하고 지렁이로 변했다고 한다.
시인 이육사가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 오다’로 시작하는 시(詩) ‘절정’의 시상(詩想)을 떠올렸다는 칼선대도 이 코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원천교에서 번남댁, 계상고택을 지나 부포리 선착장으로 이어지는 6코스 ‘역동길’과 국학진흥원에서 영지산을 거쳐 도산온천까지 이어지는 7코스 ‘산림문화길’도 색다른 묘미를 즐길 수 있다.
신라가 망하자 태자였던 김일(마의태자)이 고려로 귀부를 거부하는 세력을 이끌고 와 신라 부흥을 일으켰던 흔적이 남아있는 용두산과 태자산의 전설이 녹아 있는 8코스 ‘마의태자길’은 천년 세월을 거슬러 가슴에 뭉클함을 전한다.
9개 코스 중 마지막인 ‘서도길’은 수운정에서 태자1리 입구와 가송리 고산정까지 이어져 있다. 퇴계의 문하생들이 수운정과 건지산을 오가며 서도를 익혔으며 이숙량과 금보 등의 명필을 배출했던 곳이다. 청량산 암벽 옆에 자리 잡은 고산정은 이황의 제자인 금난수가 지은 정자로, 이황과 금난수의 시가 현판으로 걸려 있다.
(선비길 걷기)
병산서원을 출발해 하회마을까지 이어지는 약 4km의 거리를 낙동강 강변을 따라 걸으며 옛 선비들의 삶의 모습을 그려봅시다!
진행도(지도클릭-원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