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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경북지역에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솔숲

최두호 2017. 11. 21. 12:18

 

경주 배리 삼릉 도래솔 일출 무렵 안개 낄 때 촬영하면 ‘기막힌 그림’ 나와

    지난달 31일 경주 배리 삼릉 솔숲에서 한 모녀가 정담을 나누고 있다. 삼릉솔숲은 한국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숲 중 하나로 많은 탐방객이 즐겨 찾는 곳이다.

    우리나라, 특히 경북지역에는 시·군마다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솔숲이 여러군데 있다. 울진 금강송 군락지를 비롯해 영양 본신리와 봉화 서벽리 금강송숲, 예천 금당실과 선몽대 솔숲, 안동 하회마을 만송정 솔숲, 영주 소수서원 솔숲, 포항 북송리 북천 솔숲, 경주 탈해왕릉 솔숲, 구미 도리사 솔숲, 의성 고운사 솔숲, 영천 은해사 솔숲, 군위 대율리 솔숲, 청송 주산지 솔숲, 김천 직지사와 청암사 솔숲 등이 그곳이다. 영남일보 위클리포유는‘청도 운문사 들머리 솔숲’ ‘경주 배리삼릉 솔숲’ ‘흥덕왕릉 솔숲’ ‘안동 내앞(川前)마을 개호송 솔숲’ ‘울진 평해 월송정 솔숲’ 등 5곳을 경북지역 ‘솔숲 촬영지 베스트 5’로 뽑았다. 선정 기준은 솔숲의 역사성, 경관성, 조밀성, 접근성 등을 고려했다. 다만 울진 금강송 군락지는 숲(林)이라기보다 삼림(森林)이라서 제외했다. 개인의 취향과 안목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는 점도 밝혀둔다.

     

    청도 운문사 들머리 솔숲에 있는 대부분의 아름드리 소나무 밑동에는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송진을 채취해 전쟁물자로 쓰기 위해 칼집을 낸 생채기가 흉터처럼 남아있다.
    ◇운문사 들머리 솔숲
    1.3㎞에 300그루 빼곡
    매표소서 망원렌즈로
    숲 전경 담으면 좋을 듯
    하트모양 생채기 눈길

     

    ◇흥덕왕릉 안강송 숲
    대부분 키 작고 비틀려
    누워서 자라는 것도…
    시각적으로는 좋으나
    분뇨냄새·개소리 불편

    ◇안동 내앞 개호송
    독립운동가의 산실인
    의성김씨 집성촌 비보림
    섬 가운데 50그루 남아
    수령 500년된 것도


    비구니도량 청도 운문사는 경내에 있는 처진 소나무(천연기념물 제180호)로 유명하다. 하지만 운문사입구~운문사까지 1.3㎞구간의 솔숲경관 또한 이에 못지않게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특히 매표소에서부터 운문사 방향으로 약 500m까지 펼쳐진 솔숲은 정말 장관이다. 이 솔숲은 천년고찰 운문사의 역사성과 권위를 상징한다. 솔숲은 흔한 사찰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보리수의 상징성을 대신한 것이 소나무라고 한다. 영천 은해사, 밀양 표충사, 합천 해인사 등지의 명산대찰에는 들머리 솔숲이 잘 조성돼 있다.

    지난달 31일, 기자는 카메라와 장비일체를 챙긴 후 운문사 솔숲을 찾아나섰다. 날씨는 희뿌옇게 흐렸다. 명암이 뚜렷한 맑은 날보다 솔숲사진을 촬영하기엔 오히려 좋은 날씨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2009년 7월 청도군이 운문사 들머리에 조성한 ‘솔바람 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차도와 구별해 보행로를 따로 낸 건 보행자의 권리도 존중하고 솔숲도 제대로 보란 의미일 게다. 솔바람소리, 운문천의 개울물소리, 뻐꾸기가 우는 소리가 귀를 즐겁게 했다. 머리가 상쾌해지고, 영혼이 맑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카메라아이(Camera-Eye)’로 솔숲전경을 훑어본 뒤 소나무를 세밀하게 관찰했다. 대부분의 소나무가 200~300년이 넘은 것 같다. 키와 몸체가 장대하다. 조밀하게 조성된 숲이라 사진발도 잘 받는다. 매표소에서 망원렌즈를 이용해 솔숲전경을 담거나 광각렌즈로 노송의 몸매를 앙각으로 표현하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하지만 아름드리 소나무마다 밑둥치에 ‘V’자형 홈이 크게 패여 있었다. 어떤 소나무는 ‘V’자형이 하트모양으로 바뀐 것도 있다. 이 생채기는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송진을 채취해 전쟁물자로 쓰기 위해 칼집을 냈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광복이후에도 솔기름을 만드는 송진공장이 성업을 했다. 에너지가 부족한 시절, 사람뿐만 아니라 이 땅의 오래된 소나무도 수난을 당했다. 하트모양의 상처를 보면서 나무가 오히려 인간에게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하려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숲에서 만난 정천수 청도군 문화유산해설사(66)는 “예전엔 운문사 들머리 솔숲의 소나무가 500그루 정도였으나 상점과 주차장 등을 조성하면서 약 300그루로 줄어들었다”면서 “운문사 매표소에서 운문사까지 1.3㎞구간은 걸어서 15분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차를 타지 말고 걸어서 가야 솔숲의 진가를 느낄 수 있다”고 권유했다.

    ● 경주 배리 삼릉 도래솔

    경주 배리 삼릉(三陵·사적 제219호)은 신라의 8대 아달라왕, 53대 신덕왕, 54대 경명왕 등 세 박씨 왕의 무덤이 한곳에 모여 있는 곳이다. 도래솔은 산소 주변의 소나무를 일컫는다. 원래 도래는 소나 염소 같은 가축의 고삐가 자유롭게 돌도록 굴레와 고삐 사이에 단 고리와 같은 물건이다. 무덤을 둘러싸고 둥글게 늘어 선 솔숲이 이와 닮아 도래솔이라고 부른다. 도래솔은 묘지를 보호하고 세속의 악한 기운을 물리치기 위함이다.

    삼릉솔숲은 사진가 배병우의 사진으로 유명해졌다. 배병우는 솔숲을 흑백톤으로 수묵화처럼 그려냈다. 미국의 대표적 풍경사진가 안셀 아담스가 존 시스템(Zone System·흑백사진의 계조를 10단계로 구분함)을 이용해 요세미티 공원을 프린트해 미국의 대표적인 풍경으로 만들었듯 배병우 또한 일출 무렵 안개 낀 삼릉솔숲을 한국의 미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2005년 팝가수 엘튼 존은 그의 삼릉솔숲사진을 2천700만원에 구매했다. 일약 그는 스타 사진가가 됐고,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때부터 한국에서 그림뿐만 아니라 사진도 제대로 팔리는 계기가 됐다.

    지난 4일 배병우는 기자와 통화를 하면서 “최근 남해의 소나무에 천착하고 있다. 나무를 보호한답시고 제발 철봉받침대로 받치거나 쇠줄, 전선으로 감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삼릉숲은 안개가 낄 때 가장 멋이 있다. 소나무 그림자는 검고 안개는 하얗기 때문에 흑백으로 표현하면 색다른 느낌을 얻을 수 있다. 기자도 여러 번 이곳을 촬영했지만 제대로 된 사진을 찍은 적이 별로 없다. 소나무는 능에 가까이 갈수록 수령이 오래 됐다. 붉은 비늘을 한 채 마치 용이 승천하듯 서 있는 소나무도 보인다. 높이 15m 정도의 키가 크고 몸체가 굵은 소나무가 능을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다. 하지만 이 숲 소나무에는 생채기가 눈에 띄지 않는다. 왕릉의 도래솔이라서 일본인이 송진채취를 저어했을까.

    지난달 31일, 기자는 이곳 솔숲에서 심신을 치료하는 한 모녀를 만났다. 사흘째 솔숲에 누워 솔향기를 맡고 있다는 이선형씨(44)는 “여기에서는 청량하고 상쾌한 느낌이 든다. 마치 몸이 깨어나는 듯하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탐방객으로 붐빈다”고 귀띔 했다.



    ● 경주 안강 흥덕왕릉 솔숲

    흥덕왕릉(사적 제30호) 솔숲은 한낮에도 컴컴하다. 워낙 빽빽하게 식재돼 있어 그렇다. 소나무의 높이는 10m 내외로 그리 크지 않다. 삼릉과 마찬가지로 능의 입구보다 능에 가까이 갈수록 덩치가 큰 소나무들이 서 있다. 석상 부근에는 아예 누워서 자라는 소나무도 눈에 띈다. 용의 몸통같이 길게 뻗어 하늘로 올라가듯 비스듬히 서 있다. 서로 어긋나게 자란 나무도 보인다.

    일명 ‘안강송’이라고 알려진 이곳의 소나무는 그야말로 ‘키 작은 소나무’가 대세다. 대부분 굽고 비틀린 소나무다. 이는 토양과 날씨 등 환경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구부러지고 휘어진 나무일수록 포토제닉하다. 직선보다는 곡선이 아름답지 않은가. 굽었다는 것은 더 아파했고 더 힘들었다는 증표다.

    ‘굽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무도 잘 생기거나 품종이 우수할수록 쓰임새가 다양하고, 인기도 좋다. 하지만 이런 소나무일수록 목재로 사용되기 때문에 남은 것은 열성(劣性)뿐이다. 안강송은 대표적인 열성 소나무다. 속담의 주인공 ‘굽은 소나무’는 바로 안강 흥덕왕릉 소나무를 지칭하는 듯하다.

     

    박진관기자



    출처 : 늙은 빈수레
    글쓴이 : 노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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