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찾아 떠나다..<1> 자연과 걷기는 생활 비타민 | ||||||||||
태초엔 길이 없었다.
누군가 처음 밟은 길,
그 뒤 누군가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걸어서 길이 생겨났을 터.
그 길은 인류의 역사이고 또 사람들은 흔적이다.
길에는 그 길을 걸었던 사람들의 생각이 묻어있고, 세상사 시름도 다 녹아있다.
‘길어서 길일까, 길이 남은 곳이라서 길일까, 길길이 날뛰지 말라고 길일까, 기를 받는 곳이라서 길일까?’ 길을 생각하면 많은 생각을 품게 된다. 길은 일단 사색(思索)이다. 직립보행하는 인간이 걸으면서 생각하는 것은 얼마나 자연스러운가. 그 길이 아름답고 호젓한 오솔길이라면 세상을 만든 조물주가 봐도 ‘그 참 아름다운 광경일세’라고 찬탄했을 것이다. 호젓한 길은 복잡한 생각을 정리해준다. 그 길이 세상사는 길을 제시해주고 있는 것. 길 위에 서면 가장 단순한 행위, 오로지 걷는 것뿐이다. 그러면 머릿속은 어떨까. 머리가 지끈지끈하고 골치아픈 일들이 길 위에서 ‘아!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이건 일단 잊자’ ‘이런 측면도 있네’ ‘내가 다 안고가자’ ‘내 욕심이었구나’ 등 정화작용을 일으키면 머릿속 복잡한 파일들이 자동 분류되고 정리되는 것이다.
자연과 함께하는 길은 현 시대의 화두가 됐다. 복잡한 삶을 사는 현대인은 인간의 본성이 찾고자 하는 길을 찾아 떠나는 것. 인생의 갈림길에서, 다시 길 위에서 그 해법을 모색하는 것과 같다. 길은 '나침반'이기도 하다. 길은 또 '설렘'이다. 한번도 나서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은 큰 설렘이고, 한번 갔던 길이 어떻게 변했나 다시 찾는 것은 작은 설렘이다. 길은 또 계절별로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일상의 탈출'이기에 길은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는 곳이고, 또 나와 같은 생각으로 나온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설렘이다. 아무도 없는 새벽에, 밤에 밟아보는 첫길과 마지막길의 기분은 어떨까.
길의 종류도 수없이 많다. '숲길' '산길' '돌서덜길(냇가나 강가의 돌이 많이 깔린 길) '둑길' '오솔길'(폭이 좁고 호젓한 길) '벼룻길'(강가나 바닷가 낭떠러지로 통하는 비탈길) '꼬부랑길'(여러 굽이로 꼬부라진 길) '두멧길'(두메산골에 난 길) '덤불길'(덤불 사이로 난 길) 등. 상황에 따라 어울리는 길도 많은 것이다. 그것은 찾아가는 사람의 선택에 달린 것. 혼자서는 호젓한 길, 연인이라면 아름다운 길, 가족이라면 밝고 유쾌한 길, 단체라면 탁 트인 자연길도 좋을 것이다.
전국에서 온통 난리다. 좋은 길을 찾기 위해서다. 그런 측면에선 대구경북은 행운이다. 다 찾아내지 못할 정도로 좋은 길이 많기 때문이다. 경북 북부나 동해안 쪽은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 앞으로도 찾고 싶은 새로운 길이 나타날 것이다. 울진의 금강송길, 안동의 예던길, 김천의 모티길, 직지사 암자길, 문경 김룡사 숲길, 청송 주왕산 주방계곡길 등 유명한 길만 해도 여러 곳이다.
특히 이 가을의 산책길은 '자연의 비타민'이다. 길을 걸으며 삼림욕을 통해 피톤치드를 마시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장과 심폐기능이 강화되며 살균작용도 이뤄진다. 또 우리 몸에 좋은 음이온까지 충족시켜주니, 길은 우리 삶의 비타민 역할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우리 지역도 이런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길 만들기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대구경북연구원 측은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제주 올레길이나 지리산 둘레길은 시민들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며 "우리 지역도 걷기 중심의 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북도는 영남 옛길, 낙동정맥 트레킹로드, 낙동강 트레일 등을 조성해 '걷기 중심의 길'을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 영남 옛길은 환경부가 진행 중인 전국단위 국토생태탐방로 조성계획의 하나로 '아름다움과 예스러움이 함께하는 경북'으로 비전을 설정해 둔 상태다. 이 길은 강길, 숲길, 해안길과 함께 경북지역의 아름다운 자연생태자원과 선조들의 옛 정취가 담겨 있는 역사·문화자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조성할 예정이다.
낙동정맥 트레킹로드 사업은 우리나라 13정맥 중 하나로 영남권의 대동맥인 낙동정맥을 활용한 지역활성화 사업 중 하나. 낙동정맥이 통과하거나 인접해 있는 10개 시·군을 대상으로 전체 연장 400㎞의 다양한 트레킹 코스를 설정하는 것. 낙동강 트레킹로드 조성사업은 생태·역사·문화자원을 매개로 경북의 낙동강 본류 282㎞를 대상으로 낙동강변 탐방로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대구경북연구원 김주석 박사는 "걷는 길 만들기 사업의 궁극적 목표가 국민건강 증진, 저탄소 녹색국토 실현, 자연환경 보호, 역사문화 계승, 낙후지역 활성화 등에 있는 만큼 사업 추진에 국비 투자 비율을 높이도록 해야 한다"며 "시·군별로 걷는 길 조성계획 수립, 지역 간 연계 협력을 통한 걷는 길 네트워크 형성, 공공과 민간의 협력적 파트너십 형성 등을 통해 지속적인 유지·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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