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도산면 원천리의 산수는 빼어나다.
그 땅의 수려함은글의 그물 사이로 빠져나온다.
인물 배출은 물론이려니와 농산물이 풍부하고 풍속도 아름답다.
청량산이 삼십 리에 걸쳐 흐르다가 왕모산을 만들고, 능선이 변화를 일으키면서 내려와
오메가형(Ω)의 내살미 난들을 만든다.
게다가 건지산 줄기가 지렁이처럼 기어 나와, 낙동강에 둘러싸인 원천리를 아름다운 물돌이 들로 만든다. 마치 꽃뱀이 기어가듯이 강물은 하얀 구름무늬 등 비늘을 달고 산과 들 사이 고혹적인 갈맷빛으로 흐른다.
왕모산 트레킹은 내살미 주차장이 들머리다. 20여 분 오르자 바로 왕모산성이다.
전체 길이 360m이나 지금은 50m가 남아 있다.
왕모산성에서 내려다보는 원천리 물돌이 마을의 조망이 대단하다.
예천 회룡포나 안동 하회마을 물돌이와 달리 이곳은 더블유(W)자의 물길로, 강물의 곡선이 산과 들을
지나며 아름다움을 폭죽처럼 터트리는 유려한 지형으로 탄성이 절로 나온다.
강물은 순환하면서 흘러간다. 굽이굽이 느리게 흐르면서 생명을 키우고, 구름과 바람을 담아 흐른다.
여기서 조금 내려가면 왕모당이 있다.
고려 말기인 1361년(공민왕 10년) 10월, 홍건적 2차 침입 시 공민왕은 남쪽으로 몽진 12월경에
복주(福州`지금의 안동)에 당도하였다.
공민왕의 모후인 명덕 태후가 이곳에 피신하여 왕모산이라 부르게 되었다.
홍건적의 난이 평정된 후 환도한 공민왕이 왕모가 피란했던 이곳에 왕모당을 지었다.
그리고 홍건적 침입 시 공민왕을 돕고 지렁이로 화한 노장수의 공을 기리기 위하여
화상 제기 등을 보내 제사를 지내도록 하였다.
왕모당에는 일화가 있다.
8`15 해방 직전 해방의 경사를 알리는 징소리가 이곳에서 여러 번 울렸다고 한다.
인근에 산불이 나도 이곳은 무사하였다. 당 안에는 남녀 목신상이 있고,
주민들은 이곳에서 매년 정월 대보름 동신제를 지내고 마을의 안녕을 빈다.
작은 당집이지만 금줄을 둘렀고, 전설이 서려 왕모의 자취를 느끼게 한다.
왕모당을 지난 오솔길은 산새 우짖는 사이로 이어진다.
마치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것 같다.
가파른 오르막이 잠시 숨을 죽이면서 절경인 갈선대에 선다.
갈선대에서 바라보는 파노라마는 경이롭다.
이 지역이 낳은 시인 이육사의 생가터와 문학관이 아련하게 보인다.
그가 갈선대에서 지었다는 '절정'이란 시가 안내판에 있다.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겨울로 형상화된 암울한 시대에
독립과 저항을 노래했던 이육사의 연민이 가득 찬 일생에 어떻게 다가가야 하나.
상념을 뒤로 한 채 다시 걸음을 옮긴다. 가파른 곳이지만 계단이 있어 수월하다.
솔수펑이와 암릉 지대를 몇 차례나 지났을까. 발은 어느새 왕모산 정상에 서 있다.
왕모산 648m로 표시된 철제 팻말이 깔밋하다.
정상에서 보는 조망이 탁월하다. 가슴을 뛰게 하는 감동 사이로 태극무늬를 반복하며
유장하게 흐르는 낙동강이 눈 아래 얼비친다.
남쪽에는 도산서원 뒷산의 마루금이 하늘로 기어가 가뭇없다.
북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멀리 바위 병풍을 두른 청량산의 실루엣이 한 폭의 동양화다.
꿈을 키워내는 저 여성적인 땅, 퇴계 선생과 이육사 시인의 인문을 자라게 한 토양.
저 순박하고 질곡 없는 땅은 우리의 공동체 의식, 즉 두레 품앗이를 만든 원형인지 모른다.
정상에서 왼쪽 능선길로 간다.
고도가 낮아져도 마음을 메아리치게 하는 절경의 여운은 세마치장단으로 울린다.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에서 갈선대 가는 길을 택한다.
산허리를 가로지르는 우거진 나무의 숲길은 검불이 두터워 힐링 코스로 더없이 훌륭하다.
갈선대와 왕모당을 거쳐 내살미 주차장에 도착 일정을 마친다.
※참고사항
*트레킹 길: 내살미 주차장~왕모산성~왕모당~갈선대~왕모산 정상(두리봉)~
좌측능선길~삼거리에서 갈선대 쪽~갈선대~왕모당~내살미 주차장
*내비게이션주소 : 안동군 도산면 원천리 639(왕모산 주차장)
*문의처
안동군청 문화관광과: 안동관광정보센터: 054)856-3013
*주위의 볼거리:
도산서원: 안동시 도산면 토계리 680 (전화) 054)840-6576
퇴계종택: 도산면 토계리(경상북도 기념물 제42호)
경북 산림과학 박물관: 안동시 도산면 퇴계로 2189 (전화) 054-855-8681(입장 무료)
이육사 문학관: 안동시 도산면 백운로 525
국학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