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산사-꽃비 흩날리는 고적한 산사 완주 '화암사'
누구나 한번쯤 꿈꾼다.
골을 휘돌아 떨어지는 맑은 물소리와 이따금 들려오는 새소리,
인적 하나 없는 오솔길을 거닐다 천길 벼랑을 넘으면
다시는 세상과 만날 수 없는 곳, 깊은 적막만이 흐르는
산속 절집 대청마루에 하염없이 앉아 햇볕을 쬘 수 있는 곳,
그런 곳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전국의 내노라하는 절집과 암자를 다녀 보았지만 그것은 풍문일 뿐 오직 화암사가 그러했다.
듬성듬성 있는 마을 몇 곳을 지나 깊은 산속 깊숙이 화암사는 숨어 있다.
절집 앞에 늘 있는 그 흔한 식당도, 무슨 모텔도, 조그마한 가게조차 없는 무심한 절집,
화암사 가는 길은 처녀길이다.
10.정자-단풍과 기암절벽이 절묘한 청송 '방호정'
'오지 중의 오지' 청송은 곳곳에 비경을 숨겨두고 있다.
현동에서 신성계곡을 들어서면 제일 먼저 맞딱뜨리는 풍경이 '방호정'이다.
방호정은 길안천 건너 바위벼랑에 우뚝 솟아 있다.
조선 광해군 11년인 1619년에 방호 조준도가 어머니 권씨의 묘가 보이는 곳에
정자를 지어 사친 또는 풍수당이라고 하였다.
11. 계곡-알프스의 설산을 옮긴 듯한 경북의 숨은 비경 고와리 '백석탄'
청송군 안덕면 고와리. 방호정이 신성계곡의 서막이라면 고와리는 클라이막스에 해당된다.
고상한 뜻을 품고 세속을 초월하여 은거하며 벼슬길에 나아가지 않는 사람,
고와지사高臥之士 가 사는 곳이라 하여 '고와리'라 하였다.
'하얀 돌이 반짝이는 여울' 이라는 뜻인 백석탄白石灘 은
마치 알프스 연봉의 설산을 축소하여 옮겨 놓은 듯 하다.
12. 산행-장엄한 노고단 구름바다 산행
설악의 운해도 유명하지만 예로부터 '노고운해'가 으뜸이다.
흔히 설악을 여성에, 지리를 남성에 비유한다.
화려한 아름다움을 가진 설악에 비해 지리산은 우직한 장엄함이 있다.
노고운해는 가히 천하제일이다.

13. 산중 정원-지리산의 하늘 정원 '서암정사'
서암정사는 벽송사 가는 길에 있다.
한국전쟁 이후 지은 암자로 가을 단풍과 정원이 아름다운 암자이다.
지리산 깊숙한 곳에 자리한 이 작은 암자는 절집이라기보다는
공중에 떠 있는 아름다운 정원 같다.
그래서 나는 서암정사를 늘 '하늘 정원'이라 부른다.

14. 단풍-가을 단풍의 대명사 강원도 '구룡령'
전국에는 유명한 단풍 명소가 많다.
특히 산세가 좋은 강원도는 곳곳이 단풍 명소이다.
허나 가을철이면 붐비는 단풍객들로 인해 호젓하게 단풍을 즐길 수 없다.
구룡령은 그런 번잡함을 약간 비켜 나 있다.
이곳의 단풍은 황홀한 아름다움보다는 은은한 매력이 있는 한적한 단풍길이다.

15. 암자-법정스님이 머물다 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암자 '불일암'
'무소유'를 실천하신 법정스님이 조계산 자락 이곳에서 한동안 머물렀다.
찾아오는 이들이 하나 둘 늘어나자 법정스님은 이곳을 미련없이 떠났다.
지금은 스님 두 분이 거처한다.
평소 깔끔하셨던 법정스님의 성품이 암자 곳곳에 배여 있다.
관광이 아닌 마음을 닦고 싶은 이들은 흔적도 없이 다녀 오면 좋으리라.
16. 나무-내 생애 최고의 소나무 합천 '화양리 소나무'
합천군 묘산면 화양리 나곡마을.
두무산 아래의 시루봉 동쪽에 자리잡고 있는 해발 500m의 오지마을에 있다.
전국의 유명한 소나무를 거의 다보았지만 이처럼 위풍당당한 소나무는 본 적이 없다.
17. 미술관-세계 유일의 건축도자 전문 미술관 김해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흙을 의미하는 클레이(Clay)와 건축을 의미하는
아크(-Arch)를 조합한 의미로 건축도자 전문 미술관이다.
건축도자 부문의 유일한 전문미술관으로 각종 전시회와 초대전, 도자기 체험, 미술 체험 등
각종 체험 프로그램도 있어 아이들과 함꼐하는 가족 여행지로 제격이다.
18.문학관-한국 근현대사의 산얼굴 보성 '태백산맥문학관'
작년 겨울에 벌교 존제산 자락에 들어섰다.
조정래 작가와 태백산맥의 모든 것이 전시되어 있는 이곳은
한국근현대사를 다시 들여다볼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다.
1층 전시실에는 작가의 집필 동기와 4년 간의 자료 조사,
6년 동안의 집필 과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특히 어른의 키보다 훨씬 높은 16,500매의 방대한 육필 원고는
보는 이로 하여금 숙연케 한다.
19. 옛 다리- 거대한 지네가 기어가는 듯한 '진천 농교'
일명 '농다리'라고도 하는 이 다리는 자연석으로 쌓은 다리 중에서
동양에서 가장 오래되고 긴 다리에 속한다.
진천 농교가 가장 아름다울 때는 '농암모설'이라 하여 굴티마을 앞을 흐르는
세금천의 농다리에 흰 눈이 쌓인 경관이다.
20. 해안길-남해안의 가장 아름다운 비포장 해안길 거제 '여차홍포해안도로'
남해안 해안도로는 다도해와 어울러 멋진 풍광을 연출한다.
그중에서도 최근에야 알려진 '여차홍포해안도로'를 첫손으로 꼽는데
여행자는 주저하지 않는다.
대소병대도, 매물도가 점점 보이는 이곳은 노을 또한 아름답다.
3년 전에 갔을 때 비포장길이었는데, 지금은 일부 포장이 되었다는 소문이 들린다.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