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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대구 종점투어 [매일신문]..13
최두호
2017. 11. 2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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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를 위한 자료를 찾을 요량으로 공원관리사무실을 들렀더니 난색을 표한다. 사무실 벽에 그냥 약식지도와 인근의 볼거리에 대한 간단한 소개만 있을 뿐 그 흔한 팸플릿 한 장 마련돼 있지 않다. 망우공원은 임진왜란 중 지역 의병장인 곽재우 장군의 호(號)를 딴 공원임에도 그에 대한 소개책자도 없다. 관계자의 궁색한 변명인 즉, 현재 망우공원 안 각종 역사적인 건축물과 관련건물은 각 단체에서 임의로 옮겨왔거나 새로 세운 게 많고 문화재 지정도 되지 않아 관리와 관람객들을 위한 정보제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게다가 도로를 중심으로 호텔 인터불고 쪽은 수성구청 관할이며 동촌유원지 쪽은 동구청 관할이라 서로 떠넘기기식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명색이 연면적 7만6천여㎡(2만3천여평)를 차지하는 도심공원으로서 관리는 너무 허술하다는 생각이 든다. 매년 봄가을로 대구시내 초중고생들이 즐겨 찾는 소풍장소이기도 한 망우공원은 곳곳에 호국의지를 나타내는 기념물이 있는 대구의 대표적인 공원이다. 씁쓸한 마음을 뒤로 하고 공원관리사무소 맞은 편 ‘임란의병관’에 들렀다. 이 곳은 곽재우에 이어 창의한 송암 김면과 내암 정인홍 등 영남 3대의병장의 활약과 왜군의 진격에 맞선 그들의 업적, 유품이 전시돼 있다. 영상실인 지하 1층엔 영남의병의 활약상과 역할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영상물을 상영하고 있어 시청각 교육장으로서의 역할도 할 수 있다. 의병관 옆 동산엔 당시 순국한 의병 315위의 위패를 모신 ‘임란호국영남충의단’이 있고 그 뒤에 말을 타고 지휘하는 형상의 ‘곽재우장군 동상’이 ‘영남제일관’을 향해 있다. 또 그 반대편엔 임진년 국난극복의 의지는 일제 강점기하 민족의식 고취와 독립운동을 위한 산실로 이어진다. 횃불형상의 45m높이의 항일독립운동기념탑과 뒤편의 조양회관이 그것이다. 초겨울 햇살에 비친 대리석 기념탑은 찾는 이가 없어 주변이 썰렁하지만 지역민들이 성금을 모아 세운 의지가 함축돼 있듯 주권국가를 염원하는 기세만큼은 웅혼하다. 기념탑 옆을 돌면 동암(東菴) 서상일(徐相日)선생이 지역 애국지사들과 뜻을 모아 세운 조양회관이 있다. 백두산에서 자란 목재를 이용, 2층 연건평 253평 규모로 지어진 조양회관(문화재청 등록문화재)은 당시 애국행사 집회, 민족의식 고취를 위한 문화행사장이었다. 1922년 건립됐으며 한때 일제에 의해 징발됐다가 해방 후 우여곡절 끝에 82년 이곳으로 이전, 87년부터 광복회사무실로 이용되고 있다. 조양회관 앞 동암 선생의 흉상 앞에서 서서 동촌유원지 쪽을 바라보면 호국과 민족의식의 역사적 건축물 앞에 개발이 제한된 구릉지 일부와 그 건너편으로 모텔과 유원지 상가들이 즐비하다. 1960년대와 70년대 대구인근 최고의 유원지였던 동촌유원지를 가로지르는 금호강은 겨울가뭄에 시달리고 있었다. 발 묶인 오리 배들이 옛 유원지의 영화를 되새기는 듯 조용한 가운데 산책 나온 시민과 데이트 중인 남녀 몇 쌍만이 강가를 거닐고 있다. 길 하나를 건너 발걸음을 이제 동구에서 수성구쪽으로 옮겨본다. 호텔 인터불고 초입, 가수 현인의 ‘비 내리는 고모령’ 노래비를 거쳐 왼쪽으로 영남제일관이, 오른쪽으로 호텔 인터불고가 있다. 영남제일관 앞엔 시민들이 벤치에 앉아 휴식하거나 가족단위 나들이객들이 배드민턴을 치고 있다. 영남제일관은 1590년 흙으로 쌓은 대구읍성의 남문이다. 임란으로 허물어졌던 것을 영조12년(1736년) 돌로 다시 쌓았지만 또 일제에 의해 철거됐던 것을 중건해 1980년 현재의 자리로 옮겨졌다. 400여년의 역사가 흐르면서 관문이 겪은 업신여김은 비록 무생물이라곤 하나 지난(至難)했음을 안내판에 기록하지 않았더라면 뉘 알랴. 영광이든 치욕이든 정확한 역사의 기록은 참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다. 조금 전 고모령 노래비를 본 김에 가까운 고모역을 찾았다. 고모역은 호텔 인터불고에서 수성구 시지동 가는 뒷길 언덕배기를 넘어 차로 5분정도 거리에 있다. 경부선 철도가 지는 지점에 있는 고모역은 지금은 역사(驛舍)만 남은 채 둘레엔 철제 담이 굳게 잠겨있다. 망우공원의 망우(忘憂)는 ‘근심을 잊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망우공원을 둘러보고 나오는 길엔 오히려 목덜미를 잡아끄는 묵직함이 느껴지는 건 왜 일까. | ||
출처 : 늙은 빈수레
글쓴이 : 노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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