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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대구 종점투어 [매일신문]...6

최두호 2017. 11. 20. 17:35

[종점 투어]  칠곡3번 버스 종점
칠곡 동명면 기성삼거리에서 한티재 방향으로 차로 10여분 가면 있는 칠곡3번 버스 종점. 행정구역은 칠곡 동명면 기성1리다. 종점이라고는 하나 길을 따라 형성된 음식점들 사이로 버스 한대가 주차할 정도의 좁은 공간이 전부다. 기성리~파계사~경운대를 오가는 칠곡3번은 지역주민들과 등산객이 주 승객이다.

종점에서 길을 따라 오르다 왼편 소로로 접어들면 팔공산에서 가장 인기있는 등산로 중 한 곳이자 해원정사가 있는 가산산성 등산로 입구가 나온다. 주중 이른 오전인데도 입구엔 벌써 단풍으로 물들어가는 팔공산의 가을 정취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다음달 초순이면 단풍이 절정에 달하는 이 곳은 내년까지 초입부터 팔각정까지 2.5km 등산로에 가로등이 설치될 전망이다.

“이 곳은 비교적 산길이 평탄하며 가산산성의 동문과 중문, 서문 등 옛 산성 유적을 볼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연중 찾는 곳입니다.” 동행한 기성1리 권학근(55) 이장이 불쑥 말을 던진다. 그는 기성리 토박이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마을이 위치한 특성 때문인지 기성리 주민의 약 90%는 음식점을 생업으로 삼고 있다. 그런 그에게 요즘 고민이 생겼다. 기성리에서 산 능선 하나 너머에 있는 득명리에 팔공산을 관통하는 터널이 생기기 때문. 가뜩이나 불황인데 상권마저 더욱 움츠려 들지 않을까 하는 게 그의 걱정이다.

가산산성 등산로 아래로는 기성리와 이웃한 남원 1리와 2리가 코앞에 닿아있다. 권 이장의 말을 빌면 물난리를 만난 적이 있는 남원리는 이후 새마을운동을 통해 지금의 모습을 되찾은 곳. 산 중턱에서 내려다보는 마을 전경이 예쁘다. 대구도심에서 머잖은 곳에 아직 이런 함초롬한 풍경이 있다는 건 다행스럽다.

게다가 이 곳은 많은 사람들이 등산에 급급한 나머지 그냥 지나치기 일쑤인 숨은 보물이 있다. 가산산성 외성의 남문인 진남문이 그것이다. 해발 600m~901m에 이르는 계곡을 따라 축조된 가산산성은 내성(4km)과 중성(460m), 외성(3km)으로 된 방어성곽. 조선말까지 인근 경산·하양·신령·의성·군위 등의 군영과 군량이 이 성의 책임아래 있었고 성내엔 별장을 두어 성을 수호하게 한 곳이다.

‘자주국방과 호국의 의지로 영남의 영봉 팔공산의 지맥인 가산에 성을 쌓고…남한산성과 비견되는 한반도의 1/4을 방어하는 중요한 요새이다.’ 1989년 진남문 중수기엔 가산산성을 품은 칠곡은 호국의 고장임을 선언하고 있다.

진남문 앞에 섰다. ‘영남제일관’이란 현판 뒤로 팔공산 자락이 병풍처럼 둘러쳐졌고 그 위로 파란 가을하늘이 깔려 있다. 성곽과 팔공산 능선, 가을하늘이 삼색의 대비를 이뤄 멋진 풍관을 연출했다. 성내로는 5곳의 등산로가 통한다. 대개의 등산객들은 가산산성 입구에서 팔공산을 오르지만 아는 사람들만 아는 진남문 등산로는 또 다른 등산재미를 만끽 할 수 있다는 게 권 이장의 귀띔이다.

진남문 앞 새남창과 팔공산 너머 가산면 응추리를 북창이라고 아직도 지칭하고 있는 까닭도 가산산성 일대가 당시 주요 군사령부 역할을 했음을 알려주는 증거들이다. 창(廠)은 군량저장소임을 나타낸다.

현재 진남문 앞엔 넓은 주차장이 조성되고 있다. 문득 지자체 차원에서 정비되지 않은 산성 내부와 성곽을 보수 또는 증축한다면 팔공산 등산로와 더불어 새로운 관광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면 진남문은 아직 가공여지가 많은 보석이기 때문이다.

왔던 길을 뒤로하고 아랫마을 농로를 따라 방향을 잡았다. 조금 전 등산로 초입에서 봤던 남원리 마을 계단식 천수답엔 누렇게 익은 벼걷이가 한창이다.

덜컹거리는 농로를 벗어나 기성 삼거리에서 다시 송림지 방향으로 길을 잡으면 보일 듯 말 듯한 작은 푯말하나가 ‘기성동 3층석탑’의 위치를 알리고 있다. 얼핏 보아선 풀과 수확되지 않는 농작물만 보일 뿐 탑이 있을 것 같은 위치는 아니다.

“이 곳은 어릴 적 놀이터”였다는 권 이장을 따라 개울을 건너 바삭거리는 풀밭을 헤쳐 안으로 들자 놀란 꿩이 후다닥 날아오른다. 인적이 드문 이곳을 처음 찾은 방문객이 더 놀랐음을 제 녀석은 알까.

기성동3층석탑은 잡초 우거진 밭둑사이에서 철사줄로 둘러쳐 진 채 홀로 가을햇살을 받고 있다. 9세기경 통일신라시대 탑으로 보물501호로 지정돼 있다. 기성리에서 전해지는 말로 이 곳에 원래 법성사란 큰 절이 있었던 터다. 얼마나 큰 절이었으면 중생들이 먹을 쌀을 씻으면 그 하얀 뜨물이 개울을 따라 지금 대구시 경계인 봉암리까지 흘러내려 갔다고 한다.

도난을 당했던 탑의 윗부분은 1971년 복원된 것. 기단은 8개의 돌로 구성됐고 모서리와 가운데 기둥모양를 새겨 놓았다. 탑신의 몸돌과 지붕돌은 각 한 개의 돌로 이뤄져 있다. 모서리마다엔 청이끼가 끼어 있어 지난한 세월의 무게감을 더한다. 아! 무상한 시간. 햇살이 제법 따가워 올려다 본 하늘엔 하얀 구름이 무심하게 흘러가고 있다.

 

출처 : 늙은 빈수레
글쓴이 : 노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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