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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대구 종점투어 [매일신문]...4

최두호 2017. 11. 20. 17:34

[종점투어]  북구 2번 버스 종점 연경동
‘종점투어’에서는 지금까지 대구 지하철1,2호선 종점역 4곳을 둘러봤다. “지하철을 타고 편하게 갈 수 있는 산과 명소들을 알려줘 많은 도움이 됐다” “대구에 이런 곳들이 있는 줄 미처 몰랐다. 잘 알려지지 않는 곳들까지 발굴, 계속 소개해달라”는 등 독자들의 반응이 이어졌다. 이제부터는 ‘종점투어’를 통해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는 곳들을 중점적으로 소개해본다.

그 첫번째 행선지는 북구 연경동. 반월당과 연경동을 오가는 ‘북구 2번’ 종점이 바로 연경동이다.

연경(硏經)이란 마을 이름은 고려 태조 왕건과 관련있다. 왕건이 후백제 견훤과 전투를 하기 위해 군사를 이끌고 이곳을 지날 때 글 읽는 소리가 낭랑하게 들려 조심하며 지나갔다는 데서 연경이란 이름이 유래됐다는 것.

가을 색이 짙어가는 동화천을 거슬러 연경동으로 가다보면 길 왼쪽으로 국화가 만개한 화훼단지가 나오고, 곧이어 연경동 종점에 닿는다. 연경동은 원래 대구부 해서촌면 지역으로 연경서원이 있어 연경골이라 했다고 한다.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에 따라 지묘동에 편입됐다 38년 대구부 확장에 따라 지묘동에서 갈라져 나와 연경동이 되었다. 57년 달성군 공산면에 편입되었다가 63년 대구시 북구 연경동이 되었다. 연경동은 법정동이고 행정동은 무태 조야동.

연경동 종점에서 연경골을 따라 태봉마을 방향으로 500m를 가면 커다란 느티나무 두 그루가 보인다. 동사무소에서 건네준 자료에 따르면 수령 430년이라지만 나무 앞 표지판에는 수령이 1천년에 이른다고 돼 있다. 한 눈에 봐도 고목임을 짐작할 수 있다.

6m 간격을 두고 동서로 마주하고 있는 두 그루의 느티나무 중 동쪽 나무가 더 우람하다. 높이 17m에 둘레 6.8m나 된다. 예전에는 이곳에서 해마다 대보름에 당산제를 지냈다. 시골 동네 어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느티나무는 ‘사람을 모으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다른 나무에 비해 여름철 그늘이 더 시원해 사람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미덕을 지닌 때문이다.

느티나무가 있는 태봉마을 뒷산에는 태봉이 있다. 주민들은 ‘태봉산’이라 부른다. 태봉은 조선 15대 왕인 광해군과 인연을 맺고 있다. 광해군이 태어난 뒤 조정에서는 전국의 명산, 명당을 찾은 끝에 광해군의 태를 이곳 연경동에 묻었다. 왕자의 태를 묻은 곳은 태실이었고 후에 임금이 된 왕자의 태를 묻은 곳은 태봉이라고 올려 불렀다.

삿갓 모양을 한 태봉은 문외한이 보더라도 배산임수의 명당으로 여겨진다. 태봉마을을 거쳐 태봉으로 오르는 길, 생각보단 가파른 산길이다. 10여분 정도를 올라가자 정상에 닿는다. 길가에 쓰러져 있는 커다란 석물 2개가 눈에 들어온다. 상당 부분이 깨졌지만 그 규모가 매우 컸을 것으로 짐작된다. 연꽃으로 보이는 무늬도 새겨져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광해군 태봉을 장식했던 석물이라고 한다. 광해군이 왕위에서 쫓겨난 뒤 그의 태봉 역시 수난을 겪을 수밖에 없었고, 태봉을 장식했던 석물도 파괴됐을 것으로 짐작된다. 신하들에 의해 왕위를 빼앗긴 비운의 왕, 광해군. 그의 처지에 따라 보존이 되지 못했던 그의 태를 묻었던 태봉! 풀숲에 쓰러진 태봉의 석물들을 보며 역사의 비애를 느끼게 된다.

연경골은 보기보다 골이 길고 깊다. 도덕마을을 거쳐 연경지에 이르렀다. 연경지는 한적한 산골에서나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호수다. 낚시인들에게는 대물을 낚을 수 있는 곳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도덕산에서 흘러온 물을 담고 있는 연경지는 물이 맑고 주위의 숲과 나무와 어우러져 빼어난 풍광을 선사한다.

하루쯤 이곳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세월을 낚으며 세상의 시름을 잊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 정도다. 연경지 위쪽으로는 벌써 가을이 절정이다. 손으로 심은 벼들은 누런 황금빛을 띠고, 어수룩한 허수아비의 모습은 정감을 느끼게 한다. 연경지를 거쳐 도덕산으로 올라가는 등산객들도 있다. 택지로 개발돼 앞으로 그 모습이 많이 바뀌겠지만 연경동은 시골의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마음의 안식처가 되기에 충분한 공간이란 생각이 들었다.

 

출처 : 늙은 빈수레
글쓴이 : 노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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