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호서의 산 계명산
- [주말산행코스] 호서의 산 계명산
- ( 충주호와 월악산 조망이 좋은 충주 진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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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방면(서쪽)에서 충주로 다가들 때 충주시가지 너머로 동쪽에 큰 산 두 개를 보게 된다. 왼편이 계명산, 오른편이 금봉산(남산)이다. 계명산이 가장 좋은 점은 물론 충주호와 월악산 조망이다. 북쪽에서 동~동남쪽에 걸쳐 남한강과 충주호가 계명산을 감아돌고 있고, 월악산이 충주호 건너 동남쪽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계명산(鷄鳴山)은 숲이 무성하고 특히 오래된 멋있는 소나무가 많다. 소나무와 어우러진 바윗길도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민마루 산행들머리가 되는 곳에 충주댐이 있고, 거기에 충주댐 물홍보관이 있어 좋은 볼거리가 되는 것도 계명산의 매력이다.
댐과 전시관 주변에는 넓은 주차장, 잔디광장, 휴게소가 있고, 댐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정자가 있으며, 순직자위령탑도 있다. 봄에는 이곳으로 들어오는 길가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별천지가 된다.
- ▲ 그림 같은 충주호와 월악영봉.
- 계명산에는 그 이름과 관련된 재미있는 전설이 있다. 원래의 이름은 이 산에 오동나무가 많아서 오동산이라 했고, 심항산(心項山), 또는 계족산이라 하기도 했다.
계명산 이름의 유래에 전설이 있다. 옛날 심항산에 지네가 많아 가끔 주민의 피해가 있었다. 충주가 백제의 땅이었을 때 마고성주(현 남산성)의 딸이 지네에 물려 죽게 되었다. 마고성주는 해로운 지네를 없애기 위해 고심했고 산신령에게 치성을 드리기도 했다.
어느 날 꿈에 산신령이 나타나 “지네는 닭과 상극이니 많은 닭을 산에 풀어 길러라”고 일러주었다. 산에 닭을 풀어 기르니 닭이 지네를 잡아먹어 지네가 없어졌다. 이 때부터 이 산을 계족산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계족산이란 이름은 닭발처럼 산줄기가 사방으로 퍼져나간 이 산과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그러나 닭이 땅을 파헤치는 분산의 성질이 있어서 충주에 부자가 나지 않는다는 주장이 많았다. 그 때문에 1958년 닭 울음이 새벽을 알린다는 뜻으로 계명산으로 이름을 고쳐 부르게 된 것이다.
- ▲ 충주댐 휴게소에서 본 계명산 전경.
- 계명산과 남산(금봉산) 사이에 있는 고개를 충주 사람들은 마지막재라 부른다. 옛날 남산 아래에 사형수들의 처형장이 있었다. 단양, 청풍 등지의 죄수들이 이곳으로 끌려와 사형을 당하게 될 때 이 고개는 고향쪽을 바라볼 수 있는 마지막 장소가 되고, 또 사형장이 가까워 삶의 마지막이 되기 때문에 그렇게 불렀다는 것이다.
마지막재에는 훌륭한 대몽항쟁전승기념탑이 있다. 1253년 몽고군이 충주성을 공격할 때 방호별감 김윤후 장군의 지휘 아래 관민이 한 덩어리가 되어 3개월 동안 몽고군을 막아 싸웠다. 김윤후 장군은 “공을 세우는 자는 귀천을 가리지 않고 벼슬을 주겠다”며 독려했고, 몽고군이 견디지 못하고 물러나자 공을 세운 많은 사람들에게 벼슬을 주었다 한다. 이 승전을 기리는 승전탑이 옛 충주성 자리인 마지막재에 세워져 있는 것이다. - 충주댐 휴게소에서 시작, 마지막재에서 끝내
블랙야크 충주점 사장으로부터 ‘산행담소(山行談笑)’ 카페지기 이순욱 선생을 소개받아 회원들과 함께 산행하게 됐다. ‘산행하며 이야기하고 웃는다’는 말 자체가 색다르다. 나는 평소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고 건강을 위하여 생활의 일부로 하는 ‘산행’은 모험 개척 탐험의 뜻이 센 ‘등산’과 다르다고 주장해왔다. 산행에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있고, 거기에 성취와 만족과 건강이 있으며, 또 거기에 흐뭇한 웃음이 있는 것이다. -
- ▲ 정자에서 댐을 내려다보고 있는 회원들.(왼쪽)/ 눈속의 바윗길을 오르고 있다.(오른쪽)
- 산행담소는 흔히 있는 산악회와 분명 다르다. 인터넷 카페를 통해 모든 것이 이루어지고 운영된다. 운영위원들이 기획 등 일을 분담 집행하며, 회비는 투명하게 처리된다. 회비 가운데 10%는 보험료와 적립금으로 한다. 현재 회원이 700명이 넘고 서울 등 외지 회원도 있다 한다. 연말에는 송년회 겸 산행사진전시회도 가지고, 해외산행도 하는 모양이었다.
충주역에 마중나온 카페지기 이순욱 선생, 김성오 산악대장, 회원 최수경, 정기철씨, 주부회원 이혜옥, 이용재, 김선애, 이상숙, 박유자씨와 인사를 나누었다. 이순욱 카페지기는 설악산으로 떠나고 우리는 승용차로 산행들머리인 충주댐으로 향했다.
충주댐과 발전소가 내려다보이는 댐휴게소에서 민마루로 바로 오르는 길이 있으나 우리는 물홍보관을 거치기 위해 꾸불꾸불 돌아 오르는 높은 철계단을 올랐다. 계단 위 순직자위령비, 댐과 강이 내려다보이는 정자 조경이 잘 된 물홍보관을 들러 민마루로 돌아갔다. 길은 차가 다니는 포장길이다.
- ▲ 고스락에서의 기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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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이 산신령인 산악대장 김성오씨는 앞장서 가며 계속 계명산과 댐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민마루 고샅을 지난 농로는 마을 위에서 밭 가운데를 옆으로 빙 돌아간다. 농로 위 집단묘지의 끝에서 산길이 시작된다. 여기 산길은 북향이어서 눈이 많이 쌓여 있었다.
가파른 비탈길이 이어지다 바위가 나타나는 곳에서부터 굵은 소나무숲이 나타난다. 산신령은 소나무숲을 자랑하고, 충주시민들이 이 좋은 산길을 잘 모른다며 안타까워했다. 심하게 가파른 곳에는 밧줄이 매여 있다.
산길에 들어서서 30분쯤 되어 큰 송전탑을 만난다. 여기서부터 낙엽송숲이 시작되고, 나무 사이로 충주호 푸른 물이 보였다. 낙엽송숲이 끝나고 길은 턱을 지나기도 하며 주봉이 잘 보이는 아기자기한 바윗길도 거쳤다. 특히 계명산의 특색인 충주호와 월악산 조망이 좋은 곳이 군데 군데 있어서 산행은 즐거웠다.
- ▲ 조심조심 바윗길을 지나고 있다.(왼쪽)/ 민마루 마을 뒤에서 산속으로 들어서고 있다.(오른쪽)
- 하종 마을에서 올라온 길과 만난 자리에서 간식을 먹고 가까운 고스락에 올랐다. 고스락에는 표석이 두 개 있다. 고스락에서 조금 내려선 곳에 호수쪽으로 조망이 좋은 공터가 있다. 푸른 호수가 넓게 펼쳐지고 그 푸른 물은 산 사이를 멀리멀리 뻗치며 가늘어진다. 그러다 물줄기는 아스라이 산 사이로 빨려들어가 간 데가 없고 그저 산만 보일 뿐이다. 그 호수 오른편 위에 월악영봉의 괴이한 모습이 우뚝 서있다. 참으로 아름다운 풍경이다. 흐릿한 날씨로 사진에 담을 수밖에 없는 게 아쉬웠다.
마지막재로 차를 돌려오기 위해 하종 마을로 내려가는 산신령 등 세 사람과 헤어진 뒤 나머지 사람들은 아쉬운 조망을 남겨둔 채 동남쪽 등성이를 타는 마지막재 길을 재촉했다. 이쪽은 남향이어서 눈이 적었다. 숲속으로 이어지는 이 길도 가파른 곳이 많고, 그런 곳에는 어김없이 밧줄이 매여 있다.
10분쯤 내려서자 휴양림으로 갈라지는 전망대라는 삼거리에 닿았다. 여기서도 호수와 월악산의 전망이 좋다. 전망대부터 길은 통나무계단으로 되어 있다. 40여 분 내려가면 숲을 벗어나며 넒은 언덕에 이른다. 여기에 높고 잘 만든 대몽항쟁승전기념탑이 있고, 탑의 시가쪽 바로 아래가 마지막재이자 입산통제소도 있다.
민마루에서 고스락까지 약 2시간10분, 고스락에서 마지막재까지 약 1시간30분이 걸린 즐거운 산행이었다. - 산행길잡이
계명산에 오르는 산길은 산을 시계 방향으로 싸고 돌아가며 여섯 갈래가 있다.
○민마루길(충주댐 휴게소길) 민마루 마을~서부 등성이~삼거리~하종 마을 갈림길~고스락 <약 2시간 소요>
○하종마을길(충주댐길) 하종 마을~서쪽 등선이~민마루길 삼거리~고스락 <약 1시간30분 소요>
○휴양림길 휴양림~전망대~고스락 <약 1시간30분 소요>
○마지막재길 마지막재~묘~전망대(휴양림길 갈림길)~고스락 <약 1시간30분 소요>
○진등고개길(안림동) 어림~진등고개~섬말~소년원(학교)~주능선 삼거리(잘록이)~고스락 <소년원에서 약 1시간 소요>
○두진아파트길(연수동) 두진아파트(서편)~후곡산~막은대미재~진등고개 갈림길(잘록이)~고스락 <약 2시간 소요>
이 여섯 가닥 가운데 마지막재길이 가장 많이 이용된다. 마지막재길로 올라 충주호 조망이 좋은 민마루길, 또는 하종마을길 등으로 하산하면 된다. 충주시민들은 두진아파트길도 많이 이용한다. -
- 교통
먼저 충주로 가면 된다. 승용차나 관광버스의 경우는 민마루, 하종 마을, 휴양림길 등은 무조건 목행으로 가서 531번 지방도를 따라 강을 건너지 않고 남한강 또는 충주호를 따라 가면 된다. 마지막재, 어림(안림동, 진등고개길)으로도 갈 수 있다. 마지막재, 어림길은 시내 복판을 지나 마지막재쪽 안림동을 찾아가야 한다.
대중교통은 용곡동 민마루 하종 마을길은 충주 공용버스주차장에서 목행 삼거리를 지나는 301번 버스를 타야 한다. 마지막재, 약막, 휴양림, 하종 마을길은 안림동 방향 종림동행 515번 버스를 타면 된다.
11월15일에서 5월15일까지는 입산이 통제된다.
/ 글·사진 김홍주 소산산행문화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