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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영남의 산 동대봉산~ 함월산

최두호 2017. 11. 20. 17:27
[주말산행코스]   영남의 산 동대봉산 ~ 함월산
                 ( 681.1m·경북 경주 )
황룡사와 기림사 깃든 신라 명산

경주시 덕동과 황룡동에 걸쳐있는 동대봉산(東大封山)은 아직까지 널리 알려지지 않은 산이다. 경주시내에서 가까운 산이라면 모두가 토함산이나 남산(금오산)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동대봉산은 그 이름조차 생소하게 들릴 수밖에 없는 것이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제작한 지형도에는 표기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 절골이 한눈에 보이고, 함월산 산릉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경주에서 동해안의 감포로 가려면 4번 국도를 따라 덕동호를 지나 추령(지금은 터널이 뚫려 있음)을 넘어가게 된다. 이 고개 남쪽(오른편)은 토함산, 북쪽(왼편)은 함월산 자락이다. 동대봉산은 추령을 넘기 전 덕동호의 동편 뒷산으로 함월산과는 절골을 사이에 두고 동서로, 토함산과는 가운데 동천(東川)을 파놓고 남북으로 서로 마주보며 솟아 있다. 이 3개 산은 경주 국립공원 중 토함산지구에 속한다.


동대봉산에 관한 자세한 유래는 알 수 없지만 경주의 ‘동쪽에 위치한 큰 봉산’에서 온 이름은 아닐까? 봉산(封山)은 조선시대 정부가 관리하면서 함부로 나무 베는 것을 금지하던 산이다. 그러나 본래는 황룡산(黃龍山)으로 불리었다. 이는 산 동쪽 절골(寺谷)에 황룡사(경주시 구황동의 황룡사와 같은 이름의 다른 절)가 있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이번 등로는 4번 국도변의 시부거리에서 왼편 산릉으로 오르는 코스로 택했다. 그리하여 헬기장~660m봉~정상~664m봉~삼거리봉~함월산까지 산등성이를 따라 연결하고, 함월산에서~도통골~기림사로 내려서는 산행이다.


시부거리~동대봉산~함월산~기림사 코스


▲ 조망이 뛰어난 산등성이를 따르는 산행에 묘미를 느낄 수 있어 좋은 동대봉산. 왼편에는 토함산이 솟아 있다.

경주시내에서 보문단지를 지나 덕동교에서 1km 정도 더 달리면 시부거리 버스정류장이다. 도로변에는 널찍한 공터가 있고, 차와 어묵을 파는 포장마차도 보인다. 도로를 끼고 흐르는 동천 건너편으로 보이는 마을이 시부걸(시부거리) 마을이다. 산행은 버스정류소를 20여m 지나 왼편 산자락 철망이 끝나는 지점에서 접어든다.


처음부터 된비알의 급경사 오르막길은 진땀을 흐르게 한다. 더구나 수북하게 쌓인 낙엽은 미끄러운 발걸음을 더더욱 느리게 할 뿐이다. 뒤돌아보면 경사가 심한 산비탈 아래는 구절양장 같은 도로를 따라 자동차가 경적을 울리면서 지나간다.


차량소음이 멀어지면서 20분 지날 즈음 해주오씨 묘지를 첫 번째로 만난다. 곧이어 월성최씨를 비롯해 오천정씨 등 몇 기의 묘지를 더 지나면서 가파르던 산길은 다소 경사가 누그러진다. 이후 제법 완만하게 이어지는 외길은 뚜렷한 편이다. 잎을 떨군 참나무숲 사이로 멀리 경주 시가지가 언뜻언뜻 보이기 시작한다. 고도를 높이다 보면 소나무숲이 나타나고 뒤이어 시멘트 헬기장을 만나고, 곧장 올라서면 660m봉.


▲ 표지목이 없다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평범한 봉우리인 동대봉산 정상.

시부거리에서 1시간 정도 소요된 660m봉에는 말라버린 억새가 대만 세운 채 바람 따라 흔들리며 서걱거린다. 이 봉우리에 서면 주변 조망 하나는 아주 시원하다. 남쪽 건너편에 토함산이 걸출하게 솟아 있고, 산자락에는 덕동호와 보문호는 물론이고 경주시내 일원도 한눈에 들어온다. 동쪽에는 함월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깝고, 그 너머로 푸른 동해가 영상처럼 출렁거린다. 


여기서 왼편(서쪽) 길은 덕동호 옆 유리방 마을과 연결된다. 방향을 북쪽 능선길로 잡고 직진하면 10분이 채 못 돼 동대봉산 정상에 이른다. ‘동대봉 정상 680m’라는 표지목이 없다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평범한 봉우리다. 고스락에는 터가 널찍한 묘 1기가 아늑하게 자리 잡고 있다.


정상에서 북쪽 능선으로 3분쯤 지나면 갈림길 공터를 만난다. 오른편으로는 황룡사터로 내려가는 지름길이다. 때때로 갈림길을 만나지만 계속 능선 길로만 따르면 된다.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는 이 산길은 소나무가 우거진 숲속으로 한적하고 조용한 편이다. 곧이어 소나무와 바위가 서로 어우러진 전망바위를 만난다. 여기서 15분이면 664m봉에 닿는다.


눈앞에 펼쳐지는 오리온목장의 초지와 동해 바다의 푸르름은 마음을 상쾌하게 물들인다. 또 경주와 포항시를 가르는 경계능선을 따라 솟아오른 올망졸망한 산봉우리들이 정답다.


▲ (좌)갈대가 우거진 산중 늪지대. (우)설화의 현장인 기림폭포는 용연폭포라 부르기도 한다.

664m봉을 뒤로하고 길을 재촉하면 10분이 채 못 된 지점에서 전면에 야트막한 봉우리 하나를 두고 길은 두 갈래로 뚜렷하게 나눠진다. 왼편 길은 산허리를 타고 돌아 임도를 만나면서 오리온목장으로 연결되는 길. 함월산으로 잇는 산길은 오른편이다. 산 사면을 따르던 산길은 30m쯤 후 중요한 갈림길을 만난다. 이 갈림길에서 8시 방향으로 꺾어지는 왼편 길이 함월산으로 연결된다. 자칫하면 표지기가 여럿 붙어 있는 직진 길로 빠질 수 있다. 이 길은 절골로 내려서서 황룡사터로 연결된다.


갈림길에서 산등성이를 왼편에 두고 에돌아 나아가면 시 경계를 이루는 주능선을 만나고, 곧이어 절골 최상단부 공터가 있는 사거리 안부에 닿는다. 왼쪽은 포항시 오천읍 항사리로, 오른쪽은 절골로 내려서서 황룡교까지 이어진다.


안부에서 서서히 오르막길로 변하면서 왼편 양지바른 언덕바지에 월성김씨 묘가 눈에 띈다. 능선 왼편의 산사태지역을 지나 마사토가 드러난 미끄러운 산길로 올라서면 소나무와 바위가 있는 봉우리(약 600m)다. 삼거리봉이라고 불리는 이곳도 조망은 뛰어나다.


여기서 왼편 길은 591m봉을 넘어 성황재로 연결된다. 함월산은 오른편 직진 방향의 산 사면을 따른다. 경사진 내리막길은 잠시 후 갈대가 우거진 산중 늪지대를 건너 맞은편 산릉으로 붙는다. 함월산까지는 30분이면 닿게 되지만 나지막한 산봉우리 두 개를 지나야 한다.


이 능선은 호미지맥(낙동정맥 백운산 845m봉에서 포항의 호미곶까지)으로 최근 경북지역 산꾼들이 지맥 종주를 위해 많이 찾는 곳이다. 20분이 지날 즈음 길가의 널찍한 묘지를 만나고, 계속 능선을 따르다보면 정면에 함월산 봉우리가 눈앞에 보인다. 곧이어 나타나는 갈림길에서 왼편 오르막으로 올라서면 바로 함월산이다. 오른편의 신비탈로 연결되는 길은 함월산을 거치지 않고 능선으로 붙는 우회길이다.


함월산(含月山)은 참나무숲으로 둘러싸인 밋밋한 둔덕처럼 이렇다 할 특징이 없다. ‘호미지맥 함월산 570m’라 표기한 조그만 아크릴판이 나무에 매달려 있을 뿐이다.
사실 함월산은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제작한 지형도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옛 기록에도 그저 막연하게 골굴사나 기림사의 뒷산이라는 정도로만 전하고 있을 따름이다. 이러다보니 함월산의 정확한 위치에 대한 의견들이 분분하다.


▲ (위)함월산은 참나무숲으로 둘러싸인 밋밋한 둔덕처럼 이렇다 할 특징이 없다. (아래)기림사 경내의 대적광전. 응진전(왼편)과 장군수를 메워버린 삼층석탑.

함월산에는 세 갈래의 갈림길이 있다. 남쪽으로 능선을 이으면 추령으로 해서 토함산으로 연결된다. 하산은 동쪽 지능선 길로 잡는다. 5분 정도 내려서면 산길은 왼편 9시 방향으로 꺾어지면서 아주 가파른 급경사가 이어진다. 이곳만 벗어나면 계곡을 따르는 완만한 길이 열리면서 도통골로 내려서게 된다. 봉분이 큰 묘 3기를 지나고, 곧이어 산판도로를 따르게 된다.


계곡을 끼고 한동안 이어지는 산판도로 오른편에는 기림폭포가 있다. 용연폭포로도 불리는 이곳은 삼국유사에 기록된 ‘신라 31대 신문왕이 동해에서 용으로 화한 선왕으로부터 만파식적(萬波息笛)이라는 피리를 얻어 가지고 왕궁으로 돌아가는 길에 기림사 서편 시냇가에서 잠시 쉬어갔다’는 설화의 현장이다. 폭포를 뒤로하고 발걸음을 옮기면 차밭이 나타나고, 곧이어 오른편에 기림사 절집이 수목에 싸여있다.


대나무밭 사이 후문으로 들어서면 기림사 경내에 닿는다. 석가모니가 생전에 제자들과 함께 수행했던 승원 중에서 첫 손에 꼽히는 것이 기원정사와 죽림정사다. 기원정사의 숲을 기림(祇林)이라 하니 기림사의 유래는 기원정사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절은 신라에 불교가 전해진 직후 천축국의 승려 광유가 오백 명의 제자를 교화한 임정사(林井寺)였다는 설화도 있고, 그 뒤 선덕여왕 때 원효대사가 도량을 확장하면서 기림사로 개명하였다는 설도 있지만 분명치 않다. 그러나 신문왕이 서편 시냇가에서 쉬어갔다는 기록으로 보아 최소한 통일신라 초기인 신문왕 이전부터 있었던 고찰로 추정한다. 


경내에는 대적광전(보물 제833호)과 건칠보살좌상(보물 제415호)이 있으며, 목탑지(木塔址), 석조치미, 문적(文籍) 등이 있다. 특히 경내에는 조선시대 생육신의 한 사람인 매월당 김시습의 영정을 모신 사당이 있다. 창건 때 우물 정(井) 자를 넣어 임정사(林井寺)라 불렀듯이 경내에는 서로 다른 맛을 내는 다섯 곳에서 솟는 약수인 오종수(五種水)로 유명하다.

 

산행길잡이


○시부거리 버스정류장~660m봉~동대봉산 정상~664m봉~오리온목장 갈림길~세갈래 갈림길 봉~늪지~함월산~도통골~기림사 <5시간30분 소요>
○덕동 버스정류장~덕동교~유리방1교~사거리~독립가옥~660m봉~동대봉산 정상~664m봉~오리온목장 갈림길~절골~황룡사~황룡휴게소 <4시간 소요>
○황룡교(황룡휴게소)~660m봉~동대봉산 정상~세갈래 갈림길 봉~늪지~함월산~507m봉(두번째 헬기장)~모차골 안부~추령재 <7시간30분 소요>
○시부거리~660m봉~동대봉산 정상~첫번째 갈림길~황룡사~황룡휴게소~시부거리 <3시간 소요>


교통


경주는 포항과 대구에서 가깝다. 그런 관계로 각 지역에서 출발하는 포항행 일반 직행버스는 대부분 경주 시외버스터미널(054-743-5599)을 경유하는 편이다. 산행들머리인 시부거리까지는 경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감포행 좌석버스(금아교통 054-742-2690) 100번, 150번을 이용하면 된다.


날머리가 되는 기림사 주차장에서 시외버스터미널까지는 대중교통편이 없다. 양북면 소재지인 어일리(양북 버스정류소 054-744-2007)에서 기림사 간을 운행하는 130번 좌석버스(안동리에서 06:40, 09:10, 13:10, 16:40, 기림사에서 07:00, 09:30, 13:30, 17:00 운행)로 안동리(기림사 입구)나 어일리에서 내려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버스 시간이 맞지 않을 경우 양북개인택시(054-744-2025)를 이용할 수도 있다. 어일리에서 경주 터미널까지는 20분 간격으로 다니는 시내버스가 있다.


서울→경주  동서울터미널(02-446-8000ARS)에서 1일 20회(07:00~24:00) 운행 / 강남고속버스터미널(02-535-4151)에서 30분 간격(06:00~24:20) 운행.


부산→경주  노포동 종합터미널(051-508-9966)에서 10~15분 간격(05:30~23:30) 운행.


대구→경주  동부터미널(053-756-0017~9)에서 8분 간격(04:30~22:00) 운행.


포항→경주  시외버스터미널(054-274-2313~5)에서 5~10분 간격(05:30~24:00) 운행.


숙식(지역번호는 054)


경주는 국제적인 관광지로 이름난 곳이라 호텔을 비롯해 장급 여관은 물론 콘도까지 다양한 숙박시설과 곳곳에 소문난 음식점이 많아 숙식에 큰 불편은 없다. 먹거리집으로는 경주역 인근 팔우정 로터리 부근에 20여 곳의 해장국집들이 모여 있다. 이곳에서는 독특한 해장국을 맛볼 수 있는데, 팔우정해장국(741-6515), 황남해장국(749-2391), 대구해장국(749-1577) 등이 유명하다.


또 대릉원 인근의 삼포쌈밥(749-5776), 삼릉 앞 칼국수집인 단감농원할매집(745-4761), 보문단지 입구 맷돌순두부(745-2791), 고속버스터미널 뒤편의 단골식당(743-9633)은 칼치찌개와 구이로 유명하다. 기림사 앞에도 식당은 있지만 숙식 해결은 경주시내에서 하는 것이 좋다.


/ 글 사진 황계복 부산시산악연맹 부회장




출처 : 늙은 빈수레
글쓴이 : 노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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