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동시 50선(조선일보)
[스크랩] 애송 동시 - 제33편 : 먼지야, 자니?
최두호
2017. 11. 17.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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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 앞턱에
보얀 먼지.
"먼지야, 자니?"
손가락으로
등을 콕 찔러도 잔다.
찌른 자국이 났는데도
잘도 잔다.
(2006)
- ▲ 일러스트=양혜원
첫 연은 물질이 최소 단위로 쪼개져서 생긴 먼지의 생태를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공기의 이동이 없는 곳에서 가벼운 먼지는 언제나 표면에 내려앉는다. "뽀얀 먼지"는 마치 편집광(偏執狂)처럼 표면에 들러붙는다. 먼지를 의인화해서 등을 주었기 때문에 "먼지야, 자니?"라는 물음이 자연스럽게 성립한다. 셋째 연에서 마술이 일어난다. 먼지는 등을 가졌고, 낮잠을 자는 존재다. 먼지는 손가락으로 등을 찔리고도 태평스럽게 잠을 잔다. 이때 먼지는 극한소의 분할에서 태어난 소인이 아니라 작은 집적거림 따위에는 상관하지 않는 대인의 풍모를 보여준다. 이 동시의 묘미는 작은 것과 큰 것을 분별하지 않고 하나로 본다는 점에 있다. 먼지의 의인화는 이 무분별의 상상력에서 태어난다. 이 무분별의 상상력이야말로 가장 어린이다운 상상력이 아닐까!
이상교(59)는 서울에서 태어났다. 1973년에 소년 잡지에서 동시 추천을 마친 뒤, 이듬해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로 입선하며 아동문학가로 활동해왔다. 〈먼지야, 자니?〉에서처럼 시인은 학교, 집, 친구, 꽃, 나무, 새, 고양이, 비, 구름, 바람, 하늘 등과 같이 일상에서 흔히 만나는 것에서 동시의 소재를 구한다. 그래서 친근하다. 그동안 한국 동화문학상(1991), 해강 아동문학상(1993), 세종 아동문학상(1996) 등을 두루 받은 중견 아동문학가로 현재 한국동시문학회의 회장이다.
출처 : 늙은 빈수레
글쓴이 : 노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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