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해상 관광·역사의 섬 한산도
[우리 땅 구석구석 힐링 트레킹] 해상 관광·역사의 섬 한산도
한산도 선착장~진두, 트레킹에 좋은 ‘역사길’…해송 군락 사이로 다도해가 만든 황홀한 조망
여객선은 한산도로 가고 있다.
갈매기 날고 있는 남해바다는 그리움으로 질주하는 말갈기처럼 파도 친다.
바다에서 보는 통영 항구는 퍼덕이는 생선처럼 활기가 흐른다. 흐르는 것은 바다로 모인다.
바다는 모든 것을 받아 준다. 우리가 그려가던 미완성의 사랑도, 그 어혈의 증오도, 바다로 흘러가면 하나가 된다.
바다에는 차별이 없다.
간밤에 한산 앞바다에 내려온 은하수들. 고요한 밤바다 정수리에서 터지는 신화에 포박되어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제 어둠이 와야 너벅선 타고 밤하늘로 돌아갈 텐데. 바닷고기들이 은하의 플랑크톤을 먹는다.
한산 앞바다의 바닷고기는 유난히 비늘이 반짝거린다.
고기 비늘에 그려지는 은하의 신비, 바다는 사랑을 만들고 사랑을 완성한다.
바다는 영원하다. 저렇게 짧은 파도의 순간이 영원한 시간이다.
저렇게 아름다움으로 부서지는 포말, 하얀 물방울 속에 우주가 다 들어 있다.
한산 앞바다는 사라질 수 없는 역사의 부표들이 둥둥 떠다닌다.
세계 4대 해전의 장소이며 임진왜란 3대 첩지의 하나인 한산대첩이 있었던 곳이다.
바다 경치도 영혼적인 감동으로 나를 사로잡는다.
그러나 이렇게 감동적인 바다를 선택해 왜적을 격멸하였던 한산대첩은 더 감동적인 승전 교향곡으로 한산 바다에 울려 퍼진다.
여객선이 한산도 선착장에 도착한다. 한려해상 종합안내도에서 망산 산행 첫걸음을 내디딘다.
‘한산도 역사길’이란 안내가 있고, 진두까지 길이 단순하여 이정표를 따라 걸으면 된다. 트레킹 길을 찾는 데 별문제가 없다.
경사진 산길 20분을 올라 더풀개(96m)에 도착한다. 나무가 숲을 이루는 등산로가 이어진다.
잘 자란 해송군락이 바다의 오존과 섞여 청정한 공기를 만들어 준다. 저렇게 한 아름 되는 나무도 떡잎 두 장에서 시작되었다.
네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어디선가 산새울음이 들려온다.
지금 가는 망산 쪽에 수백 마리는 됨직한 이름 모를 새들이 타원으로 선회하며 군무를 춘다.
새들의 춤, 어찌 구경거리가 아닐 수 있으랴.
유연하면서도 힘 있는 흐름, 한 마리 한 마리는 새지만 한 무리가 되니 영락없이 움직이는 꽃이다.
만물 일화, 저렇게 하늘에도 꽃이 핀다. 나도 한 마리 이름 모를 새가 되어 군무 속으로 날아간다.
새들은 그들의 군무로 나를 동여매고, 나는 새들과 한 무리가 된다. 새와 나는 하나의 실에 꿰어져 있다.
그것은 바로 비밀의 실이다. 우주 모두 한 타래의 실에 꿰어져 있다.
오르막과 내리막을 거쳐 당재(166m)를 지난다. 쏙잡기 체험장이 있는 대고포와 소고포 마을이 보인다.
한산섬은 어디 가도 꿈과 삶과 신화가 있다. 꿈과 삶과 신화를 디디며, 한 타래 실 위에서 같이 걷는다. 망산교를 건넌다.
이어지는 수목림과 해송의 고고한 자태, 갈비가 푹신한 흙길에 두 발이 호사를 누린다.
마지막 오르막을 거치고 망산(293.5m) 정상에 선다. 정상임을 알려 주는 빗돌이 있다.
사방이 조망된다. 한려수도의 수려한 경관이 말문을 닫게 한다.
연화열도의 섬들, 송도, 대혈도, 소혈도, 비산도, 미생도, 추봉도….
그 다도해의 보석 같은 섬들이 하늘의 빛내림 현상으로 낮별처럼 반짝인다. 사방을 거듭 조망한다.
눈으로 말하면 사랑을 얻는다. 더 가면 휴월정이다. 달빛이 쉬어간다는 정자의 이름부터가 해무 같다.
숨 막히는 절경이다. 아름다움의 극치다. 흘린 땀방울마다 섬이 되고, 더 넓은 바다가 된다.
가슴이 한순간 푸더덕 날아오른다. 벅찬 감동이 갑자기 솟구치기도 한다.
나는 진두로 내려와 여객선 터미널로 가는 버스에 오른다.
한산도 선착장에 도착하여 안내가 잘 된 제승당을 관람하고 통영 가는 여객선을 탄다.
어찌 길이 끝이 있겠는가. 길은 늘 처음처럼 시작만 있는 것이네. 길은 끝이 없다네.
싱그러운 한산도 이국적 풍경과 역사에 취하고 돌아가는 길,
다시 그리워지는 다도해 길은 끝이 없다네.

제승당에서 본 한산도 앞바다.멀리 거북 등대가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