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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울산 태화강 <매일신문 ..펌>

최두호 2017. 11. 22. 11:53

 

숭어 떼 물결치는 '생명의 강', 대나무 울창한 '녹색 강변'…울산 태화강

 

울산 태화강은 대나무 숲, 고층건물과 강이 조화를 이룬 도심 속 친수(親水) 공간의 대표적 명소로 꼽힌다.

강둑에서 바라본 태화루와 태화교.

 

태화루의 화려한 단청.

대나무숲길에서 시민들이 트레킹을 즐기고 있다.

도심 건물과 조화를 이룬 ‘십리대밭교’.

시화호, 울산 태화강, 대구 금호강은 우리나라 1960, 70년대 환경오염의 대명사였다.

하얀 배를 드러낸 수천 마리 물고기, 뻘밭에서 오`폐수에 죽어가던 철새들의 모습이 연일 매스컴에 오르내릴 때 이 지역은 ‘단골 무대’였다.

특히 80년대 태화강은 우리나라 오염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다.

‘죽음의 하천’으로 불리던 태화강이 생명의 강으로 돌아온 것은 2000년 무렵이었다.

1997년 광역시로 승격한 울산시는 ‘에코 폴리스’를 선언한 후 강에 생명의 숨길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강둑과 호안(湖岸)의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자연 생태형 하천으로 새롭게 정비했다. 강가엔 수초를 심었다.

악취가 사라지고 물이 맑아졌다. 그로부터 10년 후 태화강에선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연어와 수달, 황어가 찾아들었고 백로와 갈매기가 날아들었던 것이다.

죽음의 강에서 생명의 강으로 변신한 울산 태화강으로 떠나보자.

 

◆.도심에서 헤엄치는 숭어 떼

그동안 울산을 지나칠 때마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던 10리 대나무숲길의 장관은 늘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간 미완의 숙제처럼 남아있던 이 구간을 종주하기로 결심하고 태화강역 열차에 몸을 실었다.

마침 강변엔 꽃비가 내리고 많은 시민들이 봄기운을 즐기고 있었다. 태화강 산책로는 태화교를 기준으로 동서로 나뉜다.

동쪽으로 가면 번영교, 학성교, 명촌대교를 거쳐 울산항에 이르고

서쪽으로 향하면 오늘 목적지인 태화루-대공원-대숲길-선바위 코스가 나온다.

진주 촉석루, 밀양 영남루와 함께 ‘영남 3루’로 불렸다는 태화루를 지나면 바로 강안으로 떨어져 산책로와 연결된다.

 강길을 돌아 나가니 바로 발밑에서 강물이 출렁거린다. 벚꽃 길을 따라 본격 트레킹을 시작한다.

한참을 걸을 즈음 강에서 이상한 움직임이 감지됐다.

하얀 물살을 가르며 물 위로 정체를 드러낸 것은 팔뚝 만한 숭어였다. 그것도 수십 마리씩 떼를 지어 노닐고 있었다.

 BOD, PPM 같은 수치를 말하지 않아도 이놈들의 출현은 깨끗해진 강물의 모습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었다.

 도심 한가운데서 숭어의 도약을 보다니 이것만으로도 오늘 여행의 본전은 건진 셈이다.

 

◆.일제강점기 치수 목적으로 대나무 숲 조성

유려한 아치로 설계된 ‘십리대밭교’를 지나면 본격 대나무 숲이 시작된다.

강과 대나무의 조합이 익숙지 않은데 그 기원이 궁금해졌다.

울산의 최초 읍지인 1749년 ‘학성지’에 ‘오산 만회정 주변에 대밭이 있었다’는 기록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조선 후기부터 대나무가 조림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처럼 대단위 숲이 조성된 것은 일제강점기에 들어서다.

태화강의 잦은 홍수로 주변 논밭이 모두 소실되자 일제는 치수(治水)용으로 현재의 위치에 대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봄바람에 맑게 서걱대는 대숲길로 들어선다. 쾌적한 숲 기운이 주위를 감돈다. 머리가 절로 맑아지는 기분이다.

숲길에는 다양한 테마 코스들이 있어 십리에 이르는 길이 지겨울 틈이 없다. 숲이 가장 울창한 곳에 ‘죽림욕’코스를 만들었다.

들어오는 시민들 모두 심호흡을 하며 폐를 정화한다. 청량한 음이온이 온몸을 돌아나가는 기분이다.

‘뻐꾸기 나무' 사연도 재미있다. 숲 한가운데 소나무가 있는데 옹이 터에 팽나무가 씨앗을 틔워 제법 키를 키웠다.

 뻐꾸기가 다른 새 둥지에 알을 낳아 기르는 것을 비유해 이런 이름을 붙였다.

이들의 묘한 동거(同居)는 사람들에게 ‘더불어 사는’ 지혜를 일깨워 주고 있다.

 

◆.대숲`강`도심 건물 조화 이룬 만회정

태화교에서 이어지던 숲길은 ‘만회정’에 이르러 끝난다. 숲에서 벗어나면서 비로소 길옆으로 강이 시야에 들어온다.

가만히 만회정에 오른다. 이 정자는 조선 중기 부사(副使)를 지낸 만회(晩悔) 박취문이 말년에 낙향을 위해 지은 것이다.

조선 후기에 화재로 소실된 건물을 2011년에 다시 세웠다.

노점에서 커피 한 잔을 빼든다. 커피 향이 강바람에 진하게 풍겨온다.

정자 주변은 대숲, 고층 건물이 강을 사이에 두고 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물 좋고 정자 좋은 데 없다는 속담은 여기서는 예외인 듯하다.

만회정 부근에 있는 오산(鰲山) 사연도 재미있다.

자라(鰲)의 형상을 닮았다는 오산은 숲과 강과 그 속에서 노니는 물고기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명소.

예부터 시인 묵객들의 감성을 자극해준 곳이기도 하다.

지금도 해 질 녘 남산에서 오산을 바라보면 자라 한 마리가 태화강으로 들어가는 듯한 형상이 연출된다고 한다.

 

◆.울산 8경 중 으뜸인 선바위

황홀했던 대숲의 행렬에서 벗어나 이제 마지막 코스 선바위로 향한다.

대나무 숲이 사라진 둔치에는 운동시설들이 대신 자리를 차지했다.

 테니스장, 축구장을 뛰어다니는 시민들을 보니 활력에 찬 울산 경제가 오버랩된다.

자동차 경기 활황에 힘입어 생활의 풍요가 계속 유지되는 분위기다.

근래 우울한 소식만 들려오는 우리 지역 지자체들과는 대비되는 것 같다.

강길은 구영교, 점촌교를 지나 상류로 이어진다. 25리 길을 걸어 종점에 이를 무렵 ‘선바위’가 눈앞을 막아선다.

뚝 떨어진 절벽 하나가 우뚝 솟은 듯한 바위는 ‘울산 8경’ 중에서도 대표명소로 꼽힌다.

선바위의 날렵한 자태를 카메라에 담고 귀갓길에 오른다. 차창에서 내려다본 태화강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초고층 아파트 숲 사이로 길게 흐르는 물길과 그 옆에 안주한 푸른 숲은 또 다른 느낌이다.

이 모든 감동이 죽음의 강을 생명의 공간으로 변화시킨 울산 시민의 노력과 헌신에서



 

출처 : 늙은 빈수레
글쓴이 : 노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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