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새 걷기 코스] 대구올레 팔공산길..3
- [새 걷기 코스] 대구올레 팔공산길
- ‘이런 길 있었나!’감탄 자아내는 보배로운 길
최고 수령 홍옥사과나무, 삼국시대 불로동고분군 지나
8개 코스 60여km 개통… 내년쯤 전 구간 연결시킬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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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팔공산을 두루 살펴보고 팔공산 주변 명소를 둘러볼 수 있는 길이 생겼다. 도심을 벗어난 아늑한 마을길과 시골길, 들길, 산길, 계곡길 등 다양한 형태의 길을 지난다. 팔공산 동화사, 불로동고분군, 북지장사, 신숭겸장군유적지, 파계사, 왕건의 유적, 우리나라 최고 수령 홍옥사과나무 등을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많은 탐방객들이 “대구에 이런 길이 있었나”라고 감탄할 정도다. 그 길이 가을에 접어든 지금 도보객을 한창 맞고 있다.
대구올레 팔공산길은 대구녹색소비자연대에서 2009년부터 ‘팔공산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길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팔공산 언저리에서 각 지역마다 명소를 찾아 8개 코스를 개발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각 코스는 전체와 연결되지 않고 개별적으로 놀고 있다는 점이다.
오병현 팔공산녹색여가문화센터장은 “각각 따로 있는 길을 하나로 연결시키기 위한 작업을 계속 하고 있다”며 “길이란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팔공산 능선까지 오르지 않으려 했는데, 전체 길을 연결시키려면 어차피 한 번은 올라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현재 지도상으로는 8개 코스를 연결했지만 아직 답사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다. 그나마 2코스와 6코스, 7코스와 8코스는 현재도 이어 걸을 수 있다. 아마 내년쯤 8개 코스가 완전히 연결된 대구올레 팔공산길을 걸을 수 있을 전망이다.
- ▲ 사적 제262호 불로동고분군 사이로 대구 팔공산녹색여가 문화센터 박효진 간사와 아카데미 수강생이 같이 걷고 있다. 이곳에는 5~6세기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분이 200여 기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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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코스는 ‘부인사 도보길’이다. 미곡동~팔공와송 갈림길~채씨문중 묘지~~용수교~용수동 당산~부남교~용수동 노인회관~용연서당(경주 최씨 재실)~독불사~신무동 입구~신무마을회관~신무동 마애불~낙엽있는 거리~동화사집단시설지구까지 9.8km에 약 3시간 소요되는 거리다.
5코스는 ‘구암마을 가는 길’이다. 내동버스 정류장~굴다리~내동 보호수~추원재~성재서당~미대동 들녘~구암마을까지 7.5km에 3시간가량 소요된다.
대구녹색소비자연대 팔공산녹색여가문화센터 박효진 간사가 첫째 날 2코스와 6코스를 안내했고, 둘째 날과 셋째 날은 진선아 간사가 7코스와 8코스, 1코스와 4코스를 각각 하루 종일 안내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각 코스를 번호순으로 소개한다.<80~81p 사이 원색부록지도 참조>
1코스 | 북지장사 가는 길
한국 명시들 시인 본인 필체로 바위에 새긴 시인의 길
시인의 길에서 출발해서 방짜유기박물관~도장마을~북지장사 솔숲~북지장사까지 가서 다시 돌아온다. 왕복 5km에 약 2시간 소요된다.
백안동삼거리에서 동화사시설지구로 가다 도장교에서 방짜유기박물관 방향으로 들어간다. 다리를 넘자마자 바로 1코스 출발점이다. 길옆엔 기이한 돌들이 방문객을 맞는다. 윤동주·고은·김지하·서정주·이상화 등 한국의 내로라하는 시인들의 대표시들을 본인의 필체로 그대로 바위에 새겨 전시하고 있다. 방문객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시비뿐만 아니라 남근석까지 별의별 바위가 다 있다. 진선아 간사는 “이곳을 지나는 40~50대 아주머니들이 매우 좋아하는 바위”라고 웃으며 말했다. 일명 ‘시인의 길’이라고 명명된 거리다.
시인의 길은 평생 시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살아온 돌 수집가 채희복씨가 20여 년간 고서점을 돌아다니며 수집한 국내 시인들의 육필시 가운데 23편을 선정해 바위에 새겼다고 한다. 시인의 필체 그대로 바위에 새겨진 시들이 가을을 맞아 더욱 감상적으로 다가온다.
시인의 길이 끝날 즈음엔 전국 유일의 방짜유기박물관이 커다란 주차장과 함께 방문객을 맞는다. 방짜유기는 놋그릇을 말한다. 중요무형문화재 제77호인 유기장 이봉주옹이 평생 제작하고 수집한 방짜유기 275종 1,489점을 대구시에 기증한 것을 전시하고 있다.
- ▲ 전형적인 마을길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2코스 한실골 가는 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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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장마을은 방짜유기박물관에서 바로 위 도로가 끝나는 지점에 있다. 대구에서는 ‘범죄없는 마을’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부터 호젓하게 걷기 좋은 솔숲이 시작된다. 솔숲 사이 군데군데 쉴 만한 바위도 많아 걷다가 힘이 들면 언제든 쉬어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솔숲 따라 1km 남짓 30여 분 가면 북지장사가 나온다. 길은 콘크리트로 포장된 외길이다. 북지장사엔 보물 제805호로 지정된 대웅전이 있다. 대웅전 앞 안내문에 의하면 북지장사는 신라 소지왕 7년(485)에 극달화상이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절로, 주변에 고려시대 이전의 유물인 건물지, 기단, 석탑 등이 있다. 이 건물은 지장전으로 사용하던 것인데, 원래의 대웅전이 불에 타버려 대웅전으로 사용하고 있다. 건립연대는 조선 인조 원년(1623)으로 정면은 한 칸이며, 측면에는 퇴칸을 달아 조선시대 중기의 모습을 잘 갖추고 있다. 내부는 정자의 가구모습과 유사하며, 불전의 가구로서는 특이한 예라고 한다.
북지장사는 팔공산의 최고 명당 터로 알려져 있다. 북지장사의 노스님은 “팔공산이 왜 생겼냐 하면 지장사를 만들려고 생겼다”고 말할 정도다. 그만큼 터가 좋다는 얘기다.
북지장사가 1코스 마지막 지점이다.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가야 한다. 원점회귀하는 코스는 아직 없다. 이곳부터 갓바위를 거쳐 팔공산 정상으로 가는 길도 있으나 힘든 난코스다.
2코스 | 한실골 가는 길
왕건의 숨결 느껴지는 유적 즐비
신숭겸장군유적지에서 한실골 가는 길~쉼터~소원만디(언덕)~전망대~용진마을~노태우 전 대통령 생가~파계사까지 약 11km에 3시간 30분가량 걸린다.
2코스는 신숭겸장군유적지가 출발지다. 신숭겸 장군은 고려 개국의 일등공신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고려 개국의 일등공신일 정도가 아니라 왕건을 대신해서 장렬히 전사한 장군이다. 신숭겸 장군이 왕건과 함께 신라를 치고 돌아가던 중 후백제 견훤과 ‘공산전투’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견훤에게 포위되어 위기에 처한 왕건을 대신해서 신숭겸 장군이 왕건을 가장해 싸우다 장렬히 전사한 그 장소다. 왕건은 그 틈을 이용해 탈출에 성공했다고 한다.
팔공산 언저리에 신숭겸 장군유적지와 사당 등 신숭겸 장군을 추모하는 장소가 몇 군데 있다. 뿐만 아니라 왕건과 관련된 지명도 유달리 눈에 많이 띈다. 왕건이 그의 군사들에게 게으르지 말고 경계하라는 뜻의 ‘무태(無怠)’라는 지명이 있고, 견훤을 피해 달아난 산인 ‘왕산(王山)’, 도망가다가 바위에 걸터앉아 쉬었다는 ‘일인석(一人石)’, 고려 군사가 패하여 군사를 해산시켰다는 ‘파군재(罷軍峙)’, 왕건이 혼자 앉아 보았다는 봉무동의 ‘독좌암(獨坐岩)’, 도망가다 잠시 얼굴을 풀었다는 ‘해안(解顔)’, 사지에서 벗어나서 하늘을 보니 달이 뜬 한밤중이라서 ‘반야월(半夜月)’, 그리하여 마음을 놓았다는 ‘안심(安心)’ 등도 이에 해당한다. 4코스에 나오는 시랑리도 나무꾼이 왕건을 잠시 보았다가 잃어버렸다, 즉 실왕(失王)했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렇듯 팔공산에서 1000여 년 전의 왕건을 다시 만난다. 왕건이 다녔음직한 그 길은 지금 주민들의 산책로로 이용되고 있다. 능선 사이 임도가 잘 닦여 평일인데도 걷는 주민들이 자주 눈에 띈다. 주민이 이용하는 쉼터와 이동식 화장실도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 ▲ 1 2코스 신숭겸유적지 내에서 관람객이 신숭겸 장군을 기리는 표충단을 바라보고 있다. 2 2코스 거의 끝 지점에 나오는 부부나무. 묘하게도 한쪽 나무는 몇 개의 구멍이 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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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확 트인 능선 위로 올라섰다. 일명 내동 정상이라고 한다. 체육시설과 의자가 구비되어 있다. 잠시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장소다. 평평한 능선 임도길로 조금 더 가면 전망대가 나온다. 저 멀리 능선 중앙에 팔공산 정상 비로봉이 보인다. 그 옆으로 동봉과 서봉이 비로봉을 감싸고 있는 능선이 길게 뻗어 있다. 대구올레길과는 별도로 동구청에서 조성하고 있는 ‘왕건누리길’ 리본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다.
응해산 정상 밑으로 난 임도로 따라 다시 내려간다. 마을로 접어들자 과일나무들이 좌우로 즐비하다. 감나무, 복숭아나무, 대추나무 등이 농부의 손길을 기다리는 듯 주렁주렁 열매를 매달고 있다. 한가롭게 농촌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마을길이다. ‘팔공 전원마을’이라는 이정표도 보인다.
길 따라 곧장 가면 노태우 전 대통령 생가가 나온다. 생가는 용진마을에 있다. 용진마을은 신령스러운 용이 살다가 하늘로 승천했다는 전설이 깃든 용지라는 연못이 있다. 그 용의 머리에 해당하는 지점에 노태우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명당 중의 명당이라는 말이다.
여기서 마을길을 따라 1.5km쯤 더 가면 부부나무가 다정하게 자라고 있다. 수백 년은 족히 된 듯 보인다. 옛날 마을 당산제를 지내던 곳이라고 박효진 간사가 덧붙였다. 나무를 유심히 쳐다보고 있으니, 한쪽은 유달리 구멍이 많이 나 있다. 그 나무가 암나무인 것 같다. 정말 확연히 차이가 난다.
이어 양어장을 거쳐 파계삼거리 버스 종점까지 팔공산 순환도로로 따라 간다. 여기서 조금 가파른 산길로 파계사까지 올라간다. 파계(把溪)는 물줄기를 잡는다는 의미다. 원래 절 주위에 아홉 갈래나 되는 물이 흘렀는데, 땅 기운이 흩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절 아래 연못을 파고 물줄기를 모았다고 한다.
파계사가 2코스 끝지점이다. 2코스도 마찬가지로 원점회귀가 안 돼 그대로 왔던 길로 되돌아가야 한다.